[출향인사]"세계육상대회는 대구의 자산"…김시관 대우증권 상무

입력 2011-09-23 07:22:01

"프로가 되어보겠다는 열정이 길을 터줬고, 그 길에 몸을 맡겼다."

김시관(48) 대우증권 상무가 자신의 삶을 한 줄로 요약한 말이다. 그는 오랫동안 기자였다. '주간동아'에서 활약했고, 정치권을 주로 취재했다. 한 전직 대통령의 호화 사저 건립 논란이 일었을 때 사저 설계도를 단독 입수해 특종 보도한 주인공이 그였다.

"호화다, 아니다 논란이 많았지만 중요한 것은 팩트(fact)였다. 어떻게 지어지는지 국민에게 보여주고 국민이 판단하면 될 일이었다."

정치부 기자로서 프로 근성을 보여줬던 그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대선캠프'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클린정치위 언론팀장을 맡았고, 당선 뒤에는 인수위 당선인 비서실에서 언론을 담당하다가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일했다. 16년간의 기자생활을 끝내고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이다.

"기자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조'석간 신문을 분석해 보고할 부분을 추리고 페이퍼를 작성하는 일, 보도 방향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짜내는 일을 짧은 시간에 해내야 했다. 청와대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치밀하고 빠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그런 일을 해낼 만한 내공은 충분했다. 청와대에서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일이 익숙해지자 그는 청와대 밖에서 다른 도전을 찾아나섰다. 지난 1월 국내 굴지의 증권회사인 대우증권에서 금융업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권부 핵심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정치의 안과 밖을 모두 경험했다.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적 구호와 장밋빛 청사진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포퓰리즘이 난무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정치는 알겠는데 경제를 모르니 답답했다. 경제, 그중에서도 금융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증권사로 직장을 옮긴 것에 대한 그의 설명이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화제가 넘어갔다. 그는 "육상대회는 대구의 큰 자산이 됐고 이를 동력삼아 새로운 비즈니스와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정당국이 좀 더 치열함을 가지고 대구를 경영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면 아시안게임 등 대형 프로젝트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성과에 안주하지 말라는 경고다.

지나치게 말을 잘하는 편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눈높이에 맞는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기자 시절 한 대학교수를 인터뷰했는데 열 마디 중 일곱 마디를 못 알아듣겠더라. 돌아나오는 길에 인터뷰한 수첩을 찢어버렸다. 서로 성의가 없었다. 이때 눈높이 대화가 소통의 시작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의 고향은 경북 선산군 도개면 가산리다.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을 보며 상선약수(上善若水)의 교훈을 배웠다. 노자(老子)에 나오는 말로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으니 남과 공을 다투지 말고,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되 순리를 거스르지 말자는 뜻이다. 삶의 철학이다.

대구 남도초, 경상중, 경북고를 나와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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