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도덕적 해이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9·15 정전 사태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만성 적자를 메우고 있는 공기업들의 방만 경영이 국정감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구 노력 없이 방만 경영 책임을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면서 정작 공기업 스스로는 고임금과 성과급 잔치로 배를 불리는 모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방만 경영
기획재정부의 2011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지난해 부채 비율은 81.3%로 2009년 70.3%에 비해 11.0% 포인트 상승했다. 한전의 부채는 2003년 18조8천270억원에서 2010년 33조3천511억원으로 지난 8년 새 1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전은 자구 노력은커녕 방만 경영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한전은 지난 2006년 발행한 해외 교환사채(EB) 조기상환에 따라 2009년 4천968억원의 환차손을 입었다. 민간 기업들은 환위험 제거를 위한 헤지 사례 등을 검토했지만 한전은 해당 금액 전체를 환위험에 노출시켰다.
한전은 또 지난 3년간 광고선전비, 판매 촉진'선전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1천300억원을 사용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된 한국전력 손익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광고선전비, 판매선전'촉진비 등은 모두 407억7천만원으로 전년(373억3천만원) 대비 9.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지난해 인건비 역시 5천977억1천만원으로 전년의 5천325억1천만원보다 12.2% 증가했고, 포상비도 28억7천만원에서 33억2천만원으로 15.7% 급증했다.
천문학적 부채 규모를 고려할 때 전력을 독점적으로 생산'판매하는 한전의 광고비 과다 지출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증권업계는 "경쟁이 치열한 대형 민간기업보다 한전이 광고선전비를 더 지출하고 있다. 적자 타령을 하며 요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자구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으나 경영 개선 노력에 소홀하기는 한국도로공사도 마찬가지다. 19일 국회 국토해양위의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로공사 부채는 22조9천억원 수준으로, 하루 이자 비용만 32억원에 달한다.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은 "도로공사 부채가 올 연말이면 25조원에 육박하는데 민간 도로 건설 사업에 투자한 돈 2천626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익이 날 만한 노선은 민자사업에 주고, 건설비까지 보조하는가 하면 민자 도로에 대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까지 운영하니 부채가 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애 의원(민주당)도 "적자에 허덕이는 도로공사는 정부가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조성할 계획인 '글로벌 인프라펀드'에 25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며 "빚을 낸 돈으로 도로공사와 연관이 없는 사업에 실속 없이 투자했다"고 비판했다.
◆성과급 잔치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한전은 성과급 잔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 최고 등급인 'S'(탁월)를 받았다는 이유로 3천788억원(500%)의 성과급을 6월, 9월, 12월에 나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의 방만 경영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부채 규모에는 아랑곳없이 일시적 경영 호전 성적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한국수력원자력과 5개 발전자회사,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DN, 한전KPS 등 10개 계열사들도 한전 자체의 자회사 경영평가 성적에 따라 450~500%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받았다. 한전은 모회사가 받는 성과급을 기준으로 자체평가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받더라도 연간 450%의 성과급을 지급한다. 올해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전은 지난해 역시 직원들의 임금을 10.7% 올려 1인 평균 7천152만원의 임금을 지급했다. 특히 성과급으로만 3억7천530만원을 지급했다.
한전을 비롯한 공기업들은 부채 규모에 아랑곳없이 성과급 잔치를 되풀이하고 있다. 19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흑자(3천808억원)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임금을 5.7% 인상해 1인당 5천844만원씩을 지급했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지난 5년간 해마다 5천억~7천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내 기업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힘들다.
대한석탄공사도 지난해 영업이익 -576억원, 당기순이익 -762억원을 기록하고 지난 5년 내내 비슷한 규모의 적자에 허덕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직원들 임금은 전년보다 200만원 늘린 1인당 평균 4천80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일 공공기관의 성과급 제도를 보완해 나가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경영 성과와 관계없이 기본급의 200% 이상은 무조건 보장하는 현행 공공기관 성과급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
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다음 달 중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경영 성적에 따라 월 기본급의 0∼300%까지 성과급 하한선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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