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반란에 휘말린 車부품 기업 '세원정공'

입력 2011-09-16 10:33:37

"회장 아들-며느리 회사에 계열사 주식 헐값에 팔아 758억원 손해 배

대구의 대표 자동차부품 기업 중 하나인 세원정공(대표 김문기)이 주주대표 소송 대상에 올랐다. 대주주가 주식을 자녀들에게 헐값에 매각했다며 소액주주들이 투명 경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주주대표 소송은 그간 대기업을 상대로 한 전유물로 여겨졌을 만큼 흔치 않은데다 대구경북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758억 손해 배상하라"

주주대표 소송에 나선 곳은 서울인베스트먼트(대표 박윤배). 이곳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부실경영 등 특정한 이유로 가치가 훼손된 기업의 가치를 회복시켜 수익을 얻는 투자회사다.

이들은 이달 7일 대구지방법원에 김문기 세원정공 회장이 회사에 끼친 758억원 규모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소장을 통해 "세원정공 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김 회장이 아들과 며느리가 최대 주주로 있는 SNI에 회사 재산인 세원테크 주식을 헐값으로 처분했다"며 "세원정공 고유 업무에 속하는 사업 기회를 SNI에 귀속시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인베스트먼트사는 2009년 5월 파생상품계약 손실액을 주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인 진성티이씨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해 29억원 규모의 현금과 자사주를 분배하는 내용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들은 이와 함께 14일 공시를 통해 세원정공 사측의 감사위원회 설립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일반 주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에 따르면 세원정공 사측은 27일 오전 9시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세원정공 본사 3층 강당에서 열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 설립을 위한 정관 변경을 준비중이다.

◆직접 감시하겠다는 소액주주

서울인베스트먼트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경영상 문제점에 대해 세원정공 사측에 지속적으로 개선을 건의했으나 경영진은 경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경영을 감시'견제하기 위한 감사를 주주들이 직접 선임할 필요성을 느껴 이번 주총 안건으로 감사 선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세원정공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 소액주주들은 김 회장이 계열사인 세원테크 주식 150만 주(지분율 18.4%)를 자녀의 회사인 SNI에 장부상 평가가치인 주당 8천272원의 절반도 안 되는 3천550원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의 무혐의 처리로 소액주주들이 회사 지분을 규합,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최소 두 자릿수의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현재 세원정공은 김문기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41만5천953주(41.60%)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원정공 측은 터무니없는 소송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원정공 관계자는 "이미 세원테크 주식 처분과 관련해서는 적정한 시장가격으로 매매했음이 검찰에서 입증됐다"며 "수많은 소액주주 중 일부의 주장이므로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세원정공

1989년 7월 대구 달서구 성서공업단지에 설립한 자동차 부품회사로 1996년 7월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계열사로 국내에 세원물산(코스닥 상장), 세원테크, 세원이엔아이가 있고, 해외에 삼하세원기차과기유한공사, SEWON AMERICA INC가 있다. 세원정공은 2009년 대구시 선정 스타기업이기도 하다.

※주주대표 소송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전체 주식의 1% 이상 보유 주주면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특례로 6개월 이상 0.01% 이상을 보유한 경우에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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