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에선 지연이자 100억 변호사가 몰래 챙겼다"

입력 2011-09-10 08:54:23

본지, 소음소송 약정서 입수…1차 없던 내용 2차에 넣어

본지가 입수한 북구 주민 1
본지가 입수한 북구 주민 1'2차 '비행기 소음 피해 소송 위임에 관한 약정 및 동의서'. 1차 약정서(위쪽 사진)에는 '지연이자'를 변호사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지만 서울의 A법률사무소는 100억여원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모두 변호사 몫으로 가져갔다. 다만 지난해 12월 주민 서명을 받은 2차 약정서(아래 사진)에는 지연이자를 변호사가 가져간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지연이자? 그게 뭡니까? 오늘 처음 들어봤습니다."

9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검단동 주민센터 근처. 전투기 소음 피해 1차 소송 약정서를 다시 확인한 검단동 주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서울 변호사들이 공짜로 소송을 진행해 승소까지 이끌어내고 배상금도 주니 참 고마웠다. 그런데 100억원이나 되는 지연이자를 주민들 몰래 꿀꺽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며 울분을 삼켰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북구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군 소음 피해 배상 소송에서 검단동과 동변동 주민 1만2천여 명에게 30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소송을 맡은 서울의 A법률사무소는 배상금의 16.5%(부가세 포함)인 50억여원의 수임료와 함께 100억여원으로 추정되는 지연이자까지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배상 소송을 맡은 변호사가 주민들 몰래 100여억원의 지연이자를 챙긴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는 것. 북구 주민들은 주민대책위를 꾸려 지연이자 반환 청구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어 변호사들이 지연이자를 돌려주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번질 분위기다.

본지가 입수한 1'2차 '비행기 소음 피해 소송 위임에 관한 약정 및 동의서'에 따르면 1차 약정서에는 지연이자를 변호사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다. 배상금 300억여원에서 발생한 지연이자는 모두 주민들의 몫인 셈.

1차 소송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총 5년간의 소음 피해에 대한 배상금으로 2차 소송과는 별개다. 지연이자를 변호사에게 지급한다는 문구가 등장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주민들이 서명한 2차 약정서뿐이다.

이를 최근에야 알게 된 주민들은 변호사 측이 지연이자에 대한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분노하고 있다. 검단동에서 평생을 산 류모(54) 씨는 "지난해 2차 소송 참가에 서명할 때도 약정서를 읽어보기는커녕 내용에 대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서명을 했다"며 "동구에서 지연이자 문제가 터지지 않았다면 법률 지식이 없는 주민들은 평생 모르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북구 주민들은 지연이자 반환 청구 소송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가가 피해 주민을 위해 준 지연이자가 변호사 주머니로 들어간 것을 알게 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

검단새마을금고 안임근 이사장은 "변호사 측이 부당하게 가져간 지연이자를 우리에게 되돌려주지 않는다면 주민들을 모아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며 "배상금의 16.5%를 수임료로 받는 것도 적지않은 금액이 아닌데 주민들의 몫인 지연이자까지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A법률사무소에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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