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음악계에는 걸출한 남성듀엣들이 많다. 특히 포크 계열 아티스트들은 대개 듀엣을 경험하곤 했는데 아마추어로 출발한 통기타 집단은 상호보완적인 듀엣 구성이 필요했었다. 잘 알려진 트윈폴리오를 시작으로 어니언스, 사월과 오월, 해바라기 같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듀엣이 있었고 심지어 김민기도 초창기에는 도비두라는 이름으로 듀엣 활동을 했었다. 도비두는 도깨비 두 마리라는 말의 줄임인데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최고의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는 김영세와 함께한 팀이었다.
듀엣의 전성시대는 1975년 긴급조치 9호와 대마초 파동 이후 쇠퇴하기 시작한다. 많은 포크 계열 아티스트들이 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솔로로 전향을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남성 듀엣의 계보는 해바라기가 고군분투하면서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1980년대가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음악적 방향을 가진 두 팀이 등장한다. 이 두 팀은 언더그라운드라는 음악적 흐름 속에서 포크를 기본으로 하지만 이전의 그것과는 다른 사운드와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낸다. 바로 '시인과 촌장'과 '어떤날'의 등장이다. 두 팀의 음악은 한국 남성 듀엣의 계보를 이어가는 차원을 넘어 한국대중음악을 한 단계 진보시키는 음악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어떤날'은 특별하다. '시인과 촌장'이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데 반해 '어떤날'은 마니아들에게나 겨우 알려져 있다. '어떤날'은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조동익과 기타리스트며 작곡가, 영화음악가이기도 한 이병우가 만든 듀엣이다. 조동진의 동생인 조동익은 이병우의 습작을 듣고 금세 반했고 듀엣을 제의한다.
'어떤날'은 공식적인 앨범을 발매하기 전 언더그라운드 신인음악인의 발굴 프로젝트였던 '우리노래 전시회 1집'을 통해 특유의 음악적 감성을 선보인다. 들국화의 최성원이 기획한 이 음반에서 '어떤날'은 '너무 아쉬워 하지마'라는 노래를 담게 된다. 이후 셀프타이틀 데뷔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을 공개하면서 대중보다는 음악가들 사이에서 놀라운 평가를 받게 된다. 두 사람이 보여 준 특유의 감수성은 조동진이 탐냈을 정도였고 두 장의 앨범은 한국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반으로 주저없이 선정된다.
'어떤날'은 두 장의 앨범을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접었다. 이후 이병우는 오스트리아와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조동익은 영화음악과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하게 된다. 들국화나 신촌블루스, 김현식이 라이브 콘서트를 통해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뤘다면 어떤날은 스튜디오에서 이뤄낸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이다. 이들의 이름을 대중들이 기억할 때 한국대중음악은 또 한 번 르네상스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권오성
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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