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비바 대구

입력 2011-09-06 10:59:27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 응원하는 시민들 세계 대회 치를 역량

지난달 27일 토요일 오전 9시, 대구 국채보상공원 종각 앞에서 총성이 울렸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 경기인 여자 마라톤 출발 신호였다. 세계적인 건각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는지 꽃길로 조성된 마라톤 코스를 따라 시민들이 삼삼오오 인도를 메우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풍물패들이 흥을 돋우고 학생 악단들의 연주가 거리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시민들은 아직 육상의 진미를 모르는 듯 자원봉사자들과 경찰, 그리고 동원된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일부 시민은 통행 제한 시간도 모르고 차량을 몰고 나와 우회 도로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박수를 보내 여자 마라톤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로부터 8일 뒤인 지난 4일 일요일 오전 9시, 다시 국채보상공원 종각 앞에서 총성이 울렸다. 이번에는 남자 마라톤이었다. 코스는 똑같았다. 그러나 거리 분위기는 여자 마라톤과는 사뭇 달랐다. 일요일 이른 시간인데도 연도에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아니 출발 30분 전부터 골목길은 사람들로 들어차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산 교육'을 시키기라도 하듯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아빠들은 물론, 동네 노인들까지 거리로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대구시민이 축제를 하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렇게 불과 1주일 만에 대구시민은 완전히 달라졌다. 육상의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스타디움을 직접 다녀온 시민들은 선수들의 탄력 있는 몸짓에 완전 매료됐다. TV 중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박진감을 느끼고는 전율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학습 효과'를 제대로 받은 것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숲의 도시 대구, 깔끔한 도심의 풍경은 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제 함성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너무나 큰 것을 얻었다. 어떤 규모의 세계대회라도 충분히 치를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는 것을….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일부 문제점도 노출됐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역대 최고 대회였다는 데는 이설이 없었다.

더욱이 우리 스스로 놀란 것은 성숙한 시민정신이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장(場)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비바 대구'를 실감한 지난 아흐레였다.

윤주태(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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