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육상 돋보기] 남녀선수의 기록차이

입력 2011-09-02 08:02:39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취재진과 관중의 시선이 미녀 선수들에게 모이고 있다. 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여자 선수들은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스포츠대회에서 단연 돋보이는 주연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예전부터 여자선수들이 육상 등 국제스포츠대회에서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고대올림픽에서 여자는 경기 출전은 물론 관람도 제한됐다.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부터 테니스 등 일부 종목에서 처음 모습을 나타냈으나 육상경기는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출전 불가였다. 1921년 프랑스의 미류어 부인이 국제여자스포츠연맹을 창립한 후 이듬해 파리에서 제1회 국제여자육상경기대회가 개최되면서 비로소 여자 육상이 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올림픽 초청장을 받은 건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이었다. 당시엔 100m, 800m, 400m계주, 높이뛰기, 원반던지기의 5개 종목뿐이었다. 이마저도 이 대회 800m 결선에서 9명의 여자선수가 경기 중 쓰러지면서 여자의 달리기 종목은 200m까지만 가능하다는 주장이 팽배했고, 여자 800m는 이 일로 중단돼 1960년 제17회 로마 올림픽이 돼서야 다시 편입됐다.

현재 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종목은 23개. 50㎞경보를 제외하고는 종목 수가 남자와 똑같다.

그러나 근력 및 파워가 중요한 육상경기에서 여자의 경기력은 남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과학의 도움과 기량의 급성장으로 격차를 줄이고 있으나 여자의 근력은 대표적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적은 분비 때문에 남자의 60~80% 수준에 머문다. 심폐지구력도 상대적으로 15~20% 정도 떨어진다. 폭발적인 파워를 바탕으로 중력과 맞서는 높이뛰기, 세단뛰기, 장대높이뛰기, 투척종목 등에서는 남녀 격차가 더욱 크다.

세계기록에서 성차가 가장 큰 종목이 창던지기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종목서 여자는 남자보다 26.6%의 열세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용 창의 크기와 무게(남 260~270㎝, 800g/여 220㎝, 600g)가 남자보다 작은데도 벌어지는 격차이니 같다면 그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다. 육상경기 전체 종목에서 남녀 기록 차이는 13% 정도 남성이 앞서는데 근육량의 남녀 차이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남녀 간 기구 중량 차이가 적은 원반던지기(남 지름 22㎝, 2㎏/여 지름 18㎝, 1㎏)는 오히려 남자보다 여자 기록이 더 우세하다.

그렇다면 도구를 이용한 경기 외에서 여자가 남자를 따라잡을 종목이 있을까? 신체구조로 봤을 때 마라톤일 가능성이 크다. 역삼각형의 신체구조를 가진 남자와 달리 여자는 정삼각형으로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 스피드나 순발력에서 뒤지지만 속도를 높이고자 본능적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향이 있는 남자와 달리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해 에너지 소비가 더 효율적인 마라톤은 예외가 될 수 있다. 만일 여자 선수의 신체구조가 남자와 비슷해지고 스피드 부문만 가다듬는다면 체내에서 소모할 수 있는 지방을 더 많이 가진 여자의 기록 단축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1984년 정식종목으로 뒤늦게 올림픽 무대에 나선 여자 마라톤이 현재 11분26초의 남녀 기록의 역전을 이뤄내며 세계적 육상대회서 진짜 주인공이 될 그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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