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최중근의 세상 내시경]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 발전

입력 2011-09-01 14:07:57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공생발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원문에서는 'Ecosystemic Development'라는 단어를 썼는데 그대로 해석하면 '생태계형 발전'이지 '공생'이란 뜻은 없다. 이를 '공생'으로 의역한 것은 이 대통령 당신이라고 한다. 전달력에서 보면 더 나은 의역이라고 여겨진다. '기업 생태계'의 측면에서 봤을 때 '공생발전'은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구조를 바로 잡겠다는 '동반성장'과 그 맥을 같이한다. 요즘 들어 이런 정부 여권의 정책에 대기업 때리기란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경축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대기업이 한국 경제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국민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책임의 무게가 훨씬 커졌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1970년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은 확실히 성공적이었고, 이를 견인차로 우리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구조는 우리 경제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란 근본적으로 대등한 관계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대기업에 규제를 가하겠다고 할 때마다 곧바로 듣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이었다. 과연 좋은 대기업에 의해서 비로소 국가의 경쟁력이 만들어지는 걸까?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동안 이런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핀란드의 '노키아'를 예로 들곤 했다. 잘 키운 대기업 하나가 핀란드 국민들을 먹여 살린다는 논리였다. 과연 지금이 그러한가? 노키아가 휘청대면서 핀란드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는 게 명백한 현실이다.

국가의 경쟁력은 누구 한 주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경제 전반의 효율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또한 좋은 기업이 나오면 국가경쟁력이 커지는 것일 뿐, 기업이 국가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건강해야 대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 가장 훌륭한 경제 토양은 중소기업들이 성장해서 대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 토양에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현실이다. 경제 토양을 살찌우고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이것이 통하지 않았다. 협력 중소기업들을 대할 때 대기업은 최소한의 마진만 보장해 주고 그것에 만족하기만을 요구한다. 대형마트에서는 납품업체에 비용 떠넘기기가 예사다.

진정한 공생발전을 위해서 물론 전 사회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서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공생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역할을 꼽으라면 중소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당부하고 싶다.

한때 국민의 정부는 벤처 육성정책에 큰 힘을 쏟았고, 그 결과 건강한 중소기업들이 자생할 수 있었다. 큰 기업으로 성장한 이른바 강소기업들이 상당수였을 만큼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주저앉아 있는 형국이다. 그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공생발전'과 '동반성장', 그리고 '공정사회'의 구호가 반드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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