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의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본회의 표결에 참석한 여야 의원 중 제명에 찬성한 의원보다 반대 의원이 더 많았다. 국회는 제명안을 부결시킨 대신 강 의원에 대한 한 달간 국회 출석 정지안을 가결시켰다. 표결은 방청석에 있던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모두 나가게 한 뒤 비공개로 처리했다. 강 의원 제명안 표결의 과정과 결과는 자신들의 이익에 급급한 우리 국회의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제명안 표결 전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옹호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지라고 한 예수의 일화를 소개하며 "여러분은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만큼 자신 있는 삶을 살아왔느냐"고 했다. "이만한 일로 제명한다면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국회의원이 과연 얼마나 되겠느냐"고도 했다. 동료 의원을 대변해준 김 의원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 의원의 말은 국민의 대표 기구인 국회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 의원의 도덕적 규범과 사회적 책무는 일반인과 같을 수 없다.
비공개 처리도 그리 당당하게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국회법을 내세웠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안의 비공개 처리는 떳떳지 않다. 방청석의 시선과 항의를 부담스러워한 탓이겠지만 의원들의 표결 행위는 당당해야 한다. 숨어서 할 일은 아니다. 제명을 하든 부결시키든 매 맞을 각오로 해야 한다. 비공개 처리는 '제 식구 감싸기' '밀실 흥정' 등 우리 국회를 향한 비난을 끊이지 않게 할 뿐이다.
제명안 부결을 두고 여성단체 대표는 국회의 인권 수준을 보여 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남의 비리에는 목소리를 높이다가 제 문제는 침묵하고 외면한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국회는 친목단체가 아니다. 도덕적 잣대와 책임에서 의원들은 먼저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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