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롬비아나

입력 2011-09-01 09:01:33

섹시한 女킬러, 말리지마! 뼛속까지 가득찬 복수심

프랑스의 흥행감독이자 제작자인 뤽 베송이 제작한 영화들은 몇 가지 패턴을 가지고 있다.

'택시'나 '트랜스포터'처럼 일단 스토리가 단순하다. 그리고 '테이큰'처럼 욕망과 감정에 충실하다. 이를 버무리는 것은 역시 액션. 빌딩 사이를 누비는 야마카시의 기교를 담은 화려한 몸놀림과 이를 스릴 넘치게 잡아내는 현란한 카메라워크가 이를 받쳐준다. 또 하나는 러닝타임. 대부분 100분 내외로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 물리적인 시간까지 관객에게 배려한다. 말하자면 에둘러 이야기하는 법 없이 관객이 원하는 구석구석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맞춤형 액션영화를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이번 주 개봉된 '콜롬비아나'는 전형적인 이 패턴의 흐름에 충실한 영화다.

콜롬비아의 거대 암흑조직의 손에 부모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한 소녀 카탈리아(조 샐다나). 죽을 위험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해 미국 시카고로 건너온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삼촌을 만난 카탈리아는 킬러의 꿈을 꾼다. 15년 뒤 소녀는 22명의 범죄자를 살해한 여자 킬러로 성장했다.

부모를 죽인 암흑가 보스는 CIA의 보호를 받으며 비밀리에 미국에서 살고 있다. 카탈리아는 보스가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피살자의 몸에 카탈리아(콜롬비아 자생 난초) 그림을 남기고, 이를 단서로 FBI가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복수보다 짜릿한 액션이 있을까. 뼛속까지 복수심으로 가득 찬 주인공은 소녀이고, 그녀는 10여 년 동안 킬러로서의 모든 기술을 터득하고 여전사가 되었다. 어디서 본 듯한 얘기가 아닌가. 바로 뤽 베송이 1994년 연출한 '레옹'의 마틸다 캐릭터다. 뤽 베송은 마틸다를 주인공으로 한 속편 제작을 오랫동안 꿈꿔 왔다고 한다. 그래서 17년 만에 그가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은 여전사 킬러 이야기가 탄생했으니 바로 '콜롬비아나'다. 감독은 '트랜스포터3'의 올리비아 메가턴이 맡았다.

'콜롬비아나'는 톡 터지는 알사탕처럼 혀 안에 착착 감기는 액션영화다. 화려하고 긴장감 넘치는 액션이 전후 위아래를 오가는 전방위 카메라에 의한 감각적인 영상으로 스크린을 누빈다. 특히 부모가 죽고 조직의 거친 부하들의 손을 피해 좁은 골목과 밀집한 주택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액션이 숨을 죽이게 한다. 잡힐 찰나에 아스팔트 옆 하수구 틈으로 몸을 숨기기까지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뤽 베송이 각본, 연출에 제작까지 맡았던 여자 킬러 '니키타'(1990년)의 어두운 면을 걷어내고, 냉혹하면서 섹시하기도 한 여전사를 신세대 기호에 맞게 탄생시켰다. 화사하면서 감미로운 멜로까지 가미했다.

감독은 권총과 머신 건에 로켓포까지 자유자재로 쓰면서 육탄전까지 불사하는 거친 액션을 몸의 실루엣이 드러나는 타이츠를 입은 여주인공에게 맡기고 있다. 만화적인 여전사의 상상력을 영화 속에서 마음껏 펼쳐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삼엄한 경비 속에 유치장에 갇혀 있는 상대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살해하거나, 거대한 바닥 수족관을 통해 잠입하는 등 설정도 흥미진진하고, 영상미도 뮤직비디오처럼 다이내믹하면서도 빼어나다.

카탈리아 역을 맡은 여배우 조 샐다나의 군살 하나 없는 탄탄한 몸과 표정도 카리스마가 넘친다.

그러나 준비된 세트장처럼 이야기가 빈틈없이 흐르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준비된 여자 킬러의 준비된 실수가 역시 예측할 수 있는 결과를 빚고 또 다른 복수의 불꽃을 피운다는 것은 웬만한 관객이라면 모두 예견할 수 있는 일이다.

'본 아이덴티티'처럼 고난도 스릴이 가미된 액션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밋밋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것은 싫다. 대구의 이 늦더위만 피하자는 킬링타임용 액션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는 적절한 선택일 수가 있다. 물론 극장 문을 나서면 다시 더워지겠지만 말이다. 1일 개봉. 러닝타임 105분. 15세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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