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육상 돋보기] 단거리 선수는 타고난다

입력 2011-09-01 07:25:56

육상 선수의 주된 성공 요인으로 유전적 능력이 꼽힌다. 이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천부적인 능력이 바탕임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마라톤에서 2명의 올림픽 우승자를 배출했으나 유전적 특성 때문에 100m의 세계적 선수를 발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자메이카 선수들이 육상 단거리 종목을 석권하게 된 요인은 유전적인 특성 덕분이란 분석이다. 자메이카공대 에롤 모리슨 교수와 영국 글래스고대학 공동 연구팀의 조사 결과 자메이카 육상 선수의 70% 이상이 근육 수축과 이완을 빠르게 일으키는 '액티닌-3'란 특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호주 육상 선수들은 단지 30%만이 이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280만 명 중 흑인이 90% 이상인 자메이카 사람들은 천부적인 단거리 유전자를 타고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대회 남자 100m에서 우승한 요한 블레이크를 비롯해 우사인 볼트, 아사파 파월,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 1948년 런던 올림픽 우승자 아서 윈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우승자 영국의 린퍼드 크리스티,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우승자 캐나다의 도노반 베일리 등은 모두 자메이카 출신이다.

육상 선수의 경기력은 최소한 40% 이상 선천적인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역대 올림픽 육상 4관왕을 살펴보면 100m, 200m, 멀리뛰기, 400m 계주에서만 우승했으며, 400m 이상 종목까지 우승한 선수는 없다. 벨기에의 반 담메 박사는 2002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600명의 10종 경기 선수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1, 2개의 특정종목 경기력이 매우 우수한 선수일수록 10개 종목 전체의 평균 경기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관점에서 특정 종목에 우수한 선수일수록 그와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주장했다.

근섬유의 유전적 특성을 토대로 그 유형을 구분하면 빠른 수축을 하면서 큰 힘을 발휘하는 속근섬유의 비율과 그 횡단 면적이 높을수록 짧은 순간에 큰 힘을 발휘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단거리의 세계적 선수들이 지닌 속근섬유 비율은 72~76%로 높은 편이다. 큰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근섬유를 지배하는 운동신경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근육이 신속하게 수축하면서 큰 힘을 내도록 요구하는 명령을 전달해주는 운동신경의 굵기가 굵으면서 많은 근섬유를 한꺼번에 지배할수록 보다 높은 파워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몸에서 가장 빠른 수축을 일으키는 근육으로는 눈꺼풀을 움직이는 근육을 들 수 있는데, 운동신경 한 개가 600여 개의 근섬유를 한꺼번에 지배한다.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발휘하는 파워에는 근육 내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촉매작용을 담당하는 특수한 효소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짧은 순간에 큰 파워를 발휘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근섬유의 구성 비율, 운동신경의 특성, 근육 내 효소작용 등에는 모두 유전적인 특성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1986년 캐나다의 한 학자는 90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파워 발휘 능력의 70%는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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