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

입력 2011-08-25 13:58:14

동물들의 평균 수명은 거북이나 고래와 같은 몇몇 동물을 제외하고는 사람보다 길지 않다. 흔히 반려동물로 기르는 동물들의 평균수명을 보면, 개는 15년 내외이고, 고양이는 10~15년 정도이다. 또한 근래에 많이 키우기 시작한 설치류는 4~5년 내외로 수명이 짧은 편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고, 죽음을 맞이할 때가 되면 마음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자신이 기르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늘 자신과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동물의 죽음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애견 문화가 시작되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어린 강아지를 분양받아서 키우기 시작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 키우기 시작한 강아지들은 노령견이 되어서 건강상 여러 문제를 갖게 되었고 병원을 찾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주로 심박과 호흡이 좋지 않아서 응급진료를 받으러 오는 노령견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때 강아지가 죽게 되면 많은 보호자들이 건강상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어떤 동물이든 나이가 들면 심장이 비대해지면서 어린 동물에 비해 심박과 호흡이 좋지 않게 된다. 사람들은 동물이 늙어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늘 아기 같은 모습만 기억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동물의 죽음 앞에서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며칠 전, 병원에서 기르는 고양이 '루루'가 힘을 쓰지 못하고 신경증상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검사를 해 본 결과, 뇌에 종양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루루'의 나이가 17살이나 되어 수술이 힘든 상황이라서 며칠째 약물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보통 병원에서 기르는 동물은 늘 건강을 체크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루루'의 나이가 한 살 두 살 늘어나면서 죽음이라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사람들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동물들의 노령화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하길 바란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동물의 죽음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문득 "또순이보다 오래 살아서 또순이를 지켜줘야지"라고 하신 또순이 할머니의 말씀이 떠오른다. '루루'가 죽음을 맞이할 날이 올 때까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돌봐 주어야겠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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