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큰 잔칫상'이 마련됐습니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입니다. "뭐, 축구도, 올림픽도 아니고'''"말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버금갈만큼 206개 국이 참가하는 매우 권위 있는 대회입니다. 게다가 올해 세계 전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를 통틀어 최대 규모의 대회입니다. 제13회를 맞는 이 대회가 사흘 뒤인 27일 아시아에서 세 번째, 국내 처음으로 대구에서 개막돼 9월 4일까지 9일간 열립니다.
대구시와 시민들은 과연 지방인 대구에서, 그것도 비인기 종목인 육상대회를 잘 치러낼 수 있을까? 주변의 우려를 보란 듯이 불식시키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완벽한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유치 단계부터 대회 임박 때까지 정부와 기업, 타 지역민들의 제대로 된 지원과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대구는 흔들림 없이 오직 대회 성공 개최만을 생각하며 달려왔습니다.
이번 대회 입장권은 역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기록적인 예매율을 기록했습니다. 95%를 넘어 거의 만석에 가깝습니다. 자원봉사자(6천여 명) 모집에는 1만1천500여 명이 지원, 뜨거운 열기를 전했고, 서포터스 행렬에도 1만7천여 명이 앞다퉈 동참했습니다.
앞서 2007년 3월 케냐 몸바사에서 이번 대회를 유치하게 된 것도 '80만 명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대구를 찾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들에게 길거리까지 나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시민들의 활화산 같은 유치 염원 덕분이었습니다.
대구는 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노하우와 자신감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기억하실 겁니다. 대구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단독 개최한 국제 스포츠대회를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성공적으로 치러냈습니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도 아니고 스타들이 즐비한 대회도 아닌 세계 대학생들의 축제였지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뜨거운 관심과 열정적인 참여로 '원더풀'이란 찬사를 받았습니다.
대구는 포스터(Post) 유니버시아드대회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계획했고 성사시켜 지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대구는 이번 대회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국제대회를 치를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은 최근 많은 아픔과 좌절을 겪었습니다. 사활을 걸었던 신공항 유치에 실패하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도 분산돼 기대한 성과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은 우리를 '하나 되게' 했습니다. 시민들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로 힘을 모았고, 다시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이 대회가 우리 지역이 다시 일어서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 슬로건은 '달리자 함께 내일로'(Sprint Together for Tomorrow)입니다. 현재의 지역 상황과 나아갈 바를 이보다 더 함축적으로 잘 나타낼 표현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번 대회를 '함께' 더 나은 '내일'과 넓은 세계를 향해 달려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대구가 세계 속으로 나아갈 길이 열렸습니다. 세계인들과 함께하는 어렵게 마련한 우리의 잔치가 성공적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시민 모두의 자세를 가다듬어 봅시다. 또한 잔치를 마음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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