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들의 습격… 흰불나방유충·꽃매미 가로수 뒤덮어

입력 2011-08-19 10:10:56

잦은비로 방제약 뿌려도 효과 없어

올여름 잦은 비로 대구지역 가로수나 녹지에 중국산 꽃매미, 흰불나방유충 등이 기승을 부려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우태욱기자
올여름 잦은 비로 대구지역 가로수나 녹지에 중국산 꽃매미, 흰불나방유충 등이 기승을 부려 시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우태욱기자

18일 오후 대구 달서구 월암동 성서동로. 무성한 플라타너스 가로수의 잎이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가로수 그늘 아래 인도와 도로변은 마치 눈이 내린 듯 하얀 벌레가 뭉쳐 눈꽃송이처럼 거리를 점령했다.

가까이 가보니 흰색 털이 빽빽한 흰불나방유충이 발 디딜 틈 없이 뒤덮여 꼬물거리고 있었다.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 지붕에도 나무에서 떨어진 유충들이 무더기로 내려앉아 있었다. 행인들은 표정을 찡그린 채 벌레를 밟고 다녔고, 여성들은 양산을 쓰고 지나가거나 아예 인도에서 차도로 내려 걷기도 했다.

직장인 노윤순(55'여) 씨는 "머리 위에 벌레가 떨어져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매일 세차를 해야 한다"며 "벌레들이 사무실 계단까지 기어올라 오기도 한다"고 투덜댔다.

올여름 잦은 비로 가로수나 도시 녹지에 기생하는 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잦고 많은 비로 방제일수가 줄어든데다 살충제가 씻겨나가면서 방제 효과마저 떨어진 탓이다. 또 강한 편서풍이 지속되면서 중국에서 날아온 꽃매미나 애멸구 등 해충의 습격도 잦아졌다.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올여름 대구경북은 예년보다 소나기성 강우가 잦았다.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면서 큰 비는 많지 않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머물며 기습적인 폭우가 많았다. 8월 초순에도 고기압 가장자리에 머물면서 강수량이 평년 대비 1.7배나 많았다.

이 때문에 방제 작업을 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든데다 애써 약을 뿌려도 빗물에 씻겨 약효가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플라타너스에 기생하며 잎을 갉아먹는 흰불나방유충은 한창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퇴치에는 역부족이다.

대구 달서구청의 경우 흰불나방유충 방제를 위해 하루 3차례, 1만ℓ의 약제를 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방제 면적이 넓어 각 구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방제약품이 차량에 묻으면 얼룩이 질 수 있어 가로수 방제가 쉽지 않은데다, 녹지가 조성된 곳에는 모두 해충이 나타나기 때문에 한꺼번에 방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여름 내내 편서풍이 불면서 중국에서 넘어온 꽃매미도 도심에서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달서구 청룡산이나 와룡산 등 삼림 인접 지역에서 차량 등을 타고 도심 주택가를 습격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강한 편서풍이 계속되면서 중국에서 유입되는 애멸구가 크게 늘어난데다 초가을에는 흰등멸구나 벼멸구 등도 태풍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대 권용정 교수(응용생물화학전공)는 "강우가 잦을수록 유충의 사망률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방제 일수가 줄고, 빗물에 약제가 씻겨 나가면서 약효가 떨어진다"며 "전체적으로 수가 늘지 않더라도 국지적으로는 폭발적으로 개체 수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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