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대구의 축제판 보여줘야죠"…2011세계육상 홍보대사 명창 박수관

입력 2011-08-13 08:00:00

"대구가 신명나야 합니다. 멋진 축제판을 만들어 봅시다. 합심하고, 품을 나눠서 해내야 합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대사인 박수관(56. 대구예술대 석좌교수) 명창은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고, 대회 성공을 위한 설렘이 가득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계속 말을 이어갔다. "쌀을 조금씩 내서 떡을 찌고, 떡케이크를 만들어 경기장 안팎에서 나눠줍시다. 단술도 좋고, 잡채도 좋고, 고구마도 좋습니다. 나도 한 술 얹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이런 기회는 앞으로 오기 힘듭니다. 대구, 잘 할 수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 같이 뜁시다. 신명나도록."

박 명창의 말에는 한마디 한마디에 애절함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절실한 마음으로 얘기했다. 시민들에게 당부의 말도 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다급한 일보다 더 우선인 화급한 일이 바로 이 대회입니다. 앞으로 딱 3주입니다. 잘 해냅시다. 대구경북을 세계만방에 멋지게 알려야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야! 홍보대사의 마인드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런 생각을 잠시 하는 순간, 박 명창은 한 칼을 더 빼들었다. 이 한 칼은 이번 대회기간 동안 할 일이었다.

"2011 베를린 국제델픽예술영화제(DAMA) 다큐멘터리 단편 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한국의 소리 메나리'(MENARI, THE SOUND OF KOREA)의 DVD와 동부민요 CD 각각 2천 개를 제작, 무료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할 겁니다. 제자들이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우리 지역 예술의 진수를 이 선물에 담아 전할 겁니다."

11일 대구도시철도 2호선 두류역(달성고 인근)에 있는 동부민요보존회 연습실에서 박 명창을 만났다. 바쁘긴 바빴다. 그날 할 일만 60가지가 넘었다. 그는 완료한 일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검은 볼펜으로 지워가며 일정을 체크했다. 인터뷰는 2시간여 만에 끝이 났는데, 이후 저녁식사까지 이어져 5시간가량 그를 엿볼 수 있었다.

◆신명끼 가득한 7살, 벌써 반세기 지나

박 명창은 영화 같은 삶을 살아왔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소리와 운명의 끈이 이어졌다. 그의 표현대로 하면, '운명의 호작질'이다. 타고난 끼였을까? 그는 7살 때부터 집안의 온갖 궂은일을 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소리(민요)를 신나게 불렀다. 이것은 어렸을 때, 겪어야 했던 갖은 고생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통로가 됐던 것이다.

'신명끼' 가득했던 이 아이 때문에 어머니는 소리를 못하도록 하기 위해 부산으로 학교를 옮겼는데, 이곳에서 또 다른 운명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갖 소리를 하며 떠돌아다니는 이 아이가 한번은 광장에서 구성진 소리를 했고, 이를 본 김로인(金路人)이라는 동부민요의 달인이 그 가능성을 보고 3년 동안 자신의 소리를 전수했다. 박 명창은 "아직도 우리 스승만큼 훌륭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스스로 자연의 한 줌이 되겠다고 하고 사라지면서, '소리는 가슴으로 자연에 가깝도록 하라'고 가르친 그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회상했다.

이후 박 명창은 동부민요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오르게 됐다. 동부민요에 관한 방대한 자료와 연구, 제자 양성 등에 힘쓰며 동부민요 전수자로서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다. 반세기 동안 동부민요를 해 온 진정한 소리꾼인 그는 갑우정밀이라는 기업을 하게 된 것은 '가난 탈출(?)이라고 할까'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 세계 상이란 상은 다 휩쓸어

미국 대통령위원회 선정 스포츠'문화예술분야 금상(Gold Award), 러시아의 타워상(The Tower Award), 2010 아프리칸 로열 어워드(Royal Award)….

박 명창이 받은 상을 열거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그것도 국제적인 귄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들이다. 이제 남은 상은 노벨상 정도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델픽 세계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인 박 명창은 현재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과 함께 국제델픽위원회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국제적 명성을 가진 상을 받은 덕분에 그는 전 세계 유명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시간도 많았다. 타워상 수상 때 할리우드 톱스타 여배우인 밀라 요보비치(영화 '잔 다르크' '레지던트 이블' 등)와 다소 익살스런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올리브 스톤 감독과 영화 '람보'로 유명한 피터 호프만 감독 등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본격적으로 세계 투어를 시작한 이래 18년 동안 국내외에서 500여 회 공연을 했으며, 개인발표회도 36회나 했다. 그는 독일 국제음악제 공연 때 현지의 모르겐 신문에 '천상천하에 음이 울리다'라는 제목으로 크게 보도되기도 했으며, 세계적인 테너 거장인 파바로티의 스승인 쥬제페타데이로부터 '평생 이렇게 훌륭한 성악은 처음 들었다'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해학과 유머가 가득한 그의 삶

"민수는 오토바이 탈 때 조심하고, 태환이 너는 출발할 때 잘 해라, 소연이는 실물이 더 예쁘네!"

박 명창의 일상은 그의 구성지고 깊은 맛이 깃든 민요처럼 해학과 유머가 가득했다. 2008년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선정한 21세기 한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에서 국악발전 부문에서 수상한 그는 스포츠 부문에서 수상한 수영 영웅 박태환 선수에게 넌지시 스타트를 잘 하라는 말을 던지고, 우주인 이소연에게는 TV화면보다 실물이 낫다며 자연스럽게 웃음을 줬다. 청와대에서 만난 영화배우 최민수에게는 뜬금없이 오토바이 탈 때 조심하라는 말을 던졌다.

풍류 피아니스트 임동창과의 만남도 흥미로운 얘기였다. 동부민요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그는 4년 전 임 명창이 함께 공연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나는 당신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라고 건방지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 지난해 영동 난계박물관에서 임 명인과 함께 환상의 하모니를 이루며 멋진 공연을 했다. 공연 뒤 그는 "이제는 임 명인과 함께 소리를 할 수 있겠네요"라며, 당시의 자신에 대한 반성을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이제 두 명창은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에게 소리의 참맛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말X같은 살림살이 땡기면 쭉쭉 느는데…, 백발이 오는 것을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음을 표현한 백발가 등 민요에는 그 어떤 책에도 볼 수 없는 우리 삶의 진솔함이 녹아있습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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