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문제로 많은 사람이 걱정을 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신분보장과 소득에 격차가 난다면 모두가 쉽게 수긍하긴 어려울 것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기준점을 갑과 을의 관계가 종속적인가 아닌가, 주인공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가 대등한가 아닌가로 보고 있다.
물론 모든 일에는 선과 후가 있고 높고 낮음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각자가 맡은 역할의 문제지 그 자체로 우열을 가르고 일류 이류로 나눈다면 많은 사람의 삶이 불행하지 않을까 싶다.
거 무슨 비현실적인 얘기냐고 나무랄 분도 계시겠지만 나는 이탈리아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 인간적인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한동안~.
그들도 인종차별이 있고 온갖 말도 안 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사회지만 적어도 무슨 일을 하건 최소한의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산다. 이는 반드시 돈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 일하는 할아버지가 세계적 대가와 우정을 나누고 친구로 스스럼없이 지낼 만큼 자기 삶에 있어서 당당함을 많이 목격했다.
극장을 예로 들어보자. 세계적 대가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다닐 만큼의 부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조, 단역들도 그 나름대로의 기본은 보장이 된다. 합창단원은 말할 것도 없고 무대 뒤의 많은 스태프들도 전문성과 가치성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하여간에 일등을 하지 못하면 나머지는 좀 괴로워지지 않는가. 뭐 주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음은 당연하고 갑이 우월적 지위를 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엔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치게 보인다.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우리는 주인공 할 사람은 차고 넘치는데 조, 단역이나 무대 스태프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공계 기피현상도 이러한 사회 흐름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받쳐주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기초 체력이 튼튼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 스스로 열악한 대우를 받으면서 묵묵히 뒤에서 일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자문했을 때 쉽게 답하지 못할 것 같다. 반면에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비중의 크고 작음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각자가 맡은 역할의 고유성을 진정으로 인정해주고 모두가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해 준다면 나도 좀 더 마음을 비우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퍼즐 속의 한 조각으로서의 내 모습에 만족하고 그런 각자의 유일성을 우리 사회가 인정해 줄 때 우리 모두는 좀 더 행복해질 것 같다. 모두가 자기 역할의 주인공인 그런 세상이 된다면 더운 여름날에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사람이 좀 더 행복해질 것 같다.
김형국 대구동구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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