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고향 대구 위해 결혼이주 여성도 "아자!"

입력 2011-08-11 10:10:30

결혼 이주 여성 오카모토·유학생 한설평 자원봉사 결의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외국인 자원봉사자 일본인 오카모토 게이코(왼쪽) 씨와 중국인 한설평 씨가 성공 대회를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외국인 자원봉사자 일본인 오카모토 게이코(왼쪽) 씨와 중국인 한설평 씨가 성공 대회를 기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구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인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어요. 육상대회가 기다려집니다."

대구 거주 외국인들도 코앞으로 다가온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다문화가정 출신 일본인 주부와 7년째 대구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까지 자원봉사에 열을 올리면서 이들이 육상대회의 숨은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에 7년째 살고 있는 중국인 한설평(26'여'대구한의대 동양철학과 석사 과정) 씨는 반쯤 대구시민이다. 대구 사투리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은 물론 무침회와 닭똥집, 찜갈비 등 대구 맛집이 어디에 있는지 줄줄 꿰고 있을 정도. 육상대회 중국어 통역 봉사에 지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2009년쯤이었을 겁니다. 동성로를 지나가다가 우연히 육상대회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봤어요. 외국인도 받아줄까 걱정했지만 그냥 도전장을 내밀었죠."

한 씨와 달리 일본인 오카모토 게이코(52'여) 씨는 자원봉사에 지원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다. 13년 전 대구로 시집온 그는 2009년 당시 한국어 실력이 통역을 할 만큼 뛰어나지 않았고 남편과 두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것도 지원을 망설이게 했다. 게이코 씨는 "동구청에서 한국어 강좌를 듣다가 주변 사람들이 용기를 줘서 자원봉사에 신청했는데 덜컥 붙어 깜짝 놀랐다"며 "합격 통지를 받은 뒤부터 더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고 이제는 통역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활짝 웃었다.

이들은 대구뿐 아니라 육상대회와도 인연이 깊다. 칭다오가 고향인 한 씨는 고등학생 때 단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했고 학교 대표로 나가 전국대회에서 여러 번 상도 탔다. 대구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육상을 접어야 했지만 중국에 계속 살았다면 선수로 활약할 생각마저 했다는 것.

게이코 씨는 고향인 오사카가 지난 2007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어서 대구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더 반갑다고 했다. 게이코 씨는 "일본인 중에는 육상경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서 대회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니까 오사카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했다"며 "지금 중학교 1학년인 맏아들도 마라톤을 좋아해 '나중에 육상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대구육상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자원봉사자 6천여 명 중 외국인 봉사자는 28명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체 봉사자 중 '소수'인 이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한 씨는 "중국인들이 대구에 오면 내가 알고 있는 맛집을 모조리 다 소개해 줄 것"이라며 "베이징올림픽 때 못했던 자원봉사를 대구에서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고, 대회기간 잠을 줄여서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게이코 씨도 대구시민들이 자신에게 나눠준 따뜻한 정을 대회기간 자원봉사를 통해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 독도 영토권 분쟁으로 한국과 일본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요. 다문화가정이라서 정부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 관계가 회복되고 대구에도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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