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타인을 위한 마음 4

입력 2011-08-11 07:07:31

이기적 인간, 이타적 인간… 보고 듣는 것에 따라 갈린다

아이 방학을 맞아 어머님이 오셨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손자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세 코스 정도 거리를 걸어 오신 게다. 낮잠을 주무시는 곁에 잠시 누워 장난스레 쭈글쭈글한 젖무덤을 만져보니 어릴 적 추억 속에 젖어들었다. 아이는 자기 할머니라고, 나는 우리 엄마라고 우기며 서로 곁에 눕겠다고 장난치다가 둘 다 어머니 곁에서 달콤한 낮잠을 잤다. 고 권정생님의 엄마까투리 얘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어머니 품안에서는 누구나 행복할 것 같다. 글/일러스트 = 고민석 komindol@msnet.co.kr
아이 방학을 맞아 어머님이 오셨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손자를 보러 지하철을 타고 버스로 세 코스 정도 거리를 걸어 오신 게다. 낮잠을 주무시는 곁에 잠시 누워 장난스레 쭈글쭈글한 젖무덤을 만져보니 어릴 적 추억 속에 젖어들었다. 아이는 자기 할머니라고, 나는 우리 엄마라고 우기며 서로 곁에 눕겠다고 장난치다가 둘 다 어머니 곁에서 달콤한 낮잠을 잤다. 고 권정생님의 엄마까투리 얘기를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어머니 품안에서는 누구나 행복할 것 같다. 글/일러스트 = 고민석 komindol@msnet.co.kr
세월의 흐름이 묻어납니다. 40년도 더 된 사진이니 당연할테죠. 가위가 무서워 입을 옆으로 돌리던 꼬마 아가씨는 이제 중년으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어렸을 적 이발관이 생각납니다. 환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기묘한 풍경 그림과 면도칼 날을 세우던 가죽 띠, 마치 우주선 조종석처럼 보이던 의자. 면도 거품을 잔뜩 바르고 의자에 누워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면도를 받아보고 싶다는 부러움과 함께 번뜩이는 면도칼의 선명한 반짝거림에 겁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젠
세월의 흐름이 묻어납니다. 40년도 더 된 사진이니 당연할테죠. 가위가 무서워 입을 옆으로 돌리던 꼬마 아가씨는 이제 중년으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어렸을 적 이발관이 생각납니다. 환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기묘한 풍경 그림과 면도칼 날을 세우던 가죽 띠, 마치 우주선 조종석처럼 보이던 의자. 면도 거품을 잔뜩 바르고 의자에 누워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도 면도를 받아보고 싶다는 부러움과 함께 번뜩이는 면도칼의 선명한 반짝거림에 겁을 먹기도 했습니다. 이젠 '아! 옛날이여'가 됐지만. 사진=이창원(제9회 매일 전국어린이사진공모전 은상1석) 글=김수용기자

어려운 처지에 놓인 타인을 돕고 싶은 마음은 사람마다 갖고 있다. 적극적으로 드러나느냐, 행동으로 옮기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보통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타심을 지니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주부 강영주(39'북구 매호동) 씨는 "물론 아이들이 제 것을 차지하기 위해 욕심을 부릴 때도 있지만 누군가 베푸는 모습을 보고 나면 쉽게 따라했다"며 "자기가 양보했을 때 친구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도 만족스러워 하고, 이후에도 계속 양보하고 도움을 주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 속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이를 보고 들으며 자란 아이들은 '결국 이타심은 성공적 인생의 걸림돌일 뿐이며 나 자신만 챙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반대로 함께 더불어 사는 것이 아름답고, 남을 돕는 것이 결국 자신도 행복해지는 지름길임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쉽게 그런 쪽으로 따르게 된다.

◆감동을 느끼면 이타심도 커져

실제로 이타심을 행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를 따라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이먼 슈날 교수 팀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실제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 참여자를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다른 그룹은 음악하는 사람들이 은사를 모시고 감사를 표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보게 했다. 그런 뒤 연구진은 참여자들에게 이후 연구 진행을 도와줄지 여부를 물었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본 사람들이 자연 다큐멘터리를 본 사람보다 훨씬 많이 이후 계속해 연구를 돕고 싶다고 답했다.

단순히 마음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지도 조사했다. 이번엔 세 그룹으로 나눴다. 첫째 그룹은 자연 다큐멘터리, 둘째는 '오프라 윈프리 쇼', 셋째는 영국 코미디를 보게 했다. 연구진은 설문지를 작성하는 따분한 작업이 남아있는데, 현재 컴퓨터가 고장 나 조금 기다려야 한다며 어떻게 할 것이지를 물었다. 자연 다큐멘터리나 코미디를 본 사람보다 '오프라 윈프리 쇼'를 본 그룹은 연구진을 돕는데 2배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연구진은 "작은 배려 깊은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이타심을 유발하고 실천하게 만든다"며 "우리 사회에 배려심이 전반적으로 퍼지게 할 수 있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폭력물에 노출되면 남의 고통에 둔감해져

반면 폭력적인 영화, 드라마,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이타심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만큼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진다는 것. 2009년 2월 미국 미시건대 브래드 부시먼 교수와 아이오와주립대 크레이그 앤더슨 교수 팀이 발표한 내용.

연구진은 대학생 32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 다른 그룹은 비폭력적인 게임을 20분 동안 하도록 했다. 이후 연구진은 우연히 싸우다가 발목을 다친 누군가의 신음소리를 듣게 했다. 폭력적인 게임을 한 학생들이 부상자를 돕는 데 걸린 시간은 76초. 반면 비폭력적인 게임을 한 학생은 16초 만에 돕겠다고 뛰쳐나갔다. 폭력적인 게임을 한 학생들은 위험 상황이 닥쳐도 잘 알아채지 못했고,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신고하는 시간도 길었다.

폭력적 영화를 본 그룹도 마찬가지. 16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폭력적 영화를, 다른 그룹은 비폭력적인 영화를 보게 했다. 이후 발목에 붕대를 감은 여성이 목발을 짚고 걸어가다가 넘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폭력적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른 그룹에 비해 여성을 보고 돕기 위해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6초 더 걸렸다.

폭력적 미디어에 노출되면 심장박동이나 땀을 흘리는 반응 등 심리학적인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입증된 바 있다. 연구 팀은 "이번 연구는 폭력적 미디어에 노출되면 타인을 기꺼이 돕는 마음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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