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없고 전쟁 없는 아름다운 세상 만들자"

입력 2011-08-09 10:58:48

'한국의 히로시마' 경남 합천군 일대 한국인 원폭희생자 추모제 개최

한국인 원폭희생자 추모제를 앞둔 5일 저녁 황강 강변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전야제 공연에서 합천자연학교 어린이들이 핵 없고 전쟁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글을 들어 보이며 합창을 하고 있다.
한국인 원폭희생자 추모제를 앞둔 5일 저녁 황강 강변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전야제 공연에서 합천자연학교 어린이들이 핵 없고 전쟁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자는 글을 들어 보이며 합창을 하고 있다.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지 정확히 66년째를 맞이하는 6일 경남 합천에서는 한국인 희생자를 위로하는 추모제가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위령각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는 대통령실의 김석원 국민소통비서관과 하창환 합천군수를 비롯해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와 한국원폭2세환우회의 1, 2세 피해자와 가족과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 우경미 관장 등 지역주민 300여 명이 참석해 핵 피해로 희생한 영령들을 추모했다.

인류역사상 최초로 원자핵폭탄이 투하된 지 66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핵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 부각되면서 그 의미를 더욱 실감하게 하는 해이다. 3월 일본 지진으로 인한 원전 폭발과 방사능 사고의 후유증이 국제적인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

1945년 일본 히로시마(1945. 8. 6.)와 나가사키(1945. 8. 9.)의 원폭으로 70여만 명이 피폭되었으며, 같은 날 억울하게 끌려간 7만여 명의 한국인 피폭자(희생자 4만여 명)도 그 자리에서 희생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일본에서는 피폭일 전후 수십만 명이 참석해 국가적인 평화행사를 개최하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반면, 이국땅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수많은 한국인 영령들을 위한 추모제는 일본의 '태양회' 라는 종교단체에 의해 20여 년 동안 조촐하게 진행돼 왔다.

이에 올해 처음으로 우리 한국인 유족들과 피해자단체, 종교'시민사회단체가 주최, 주관하여 '해원을 넘어 평화의 언덕으로'라는 주제로 5일부터 2박 3일간 '한국의 히로시마' 라고 불리는 경남 합천군 일대에서 한국인 원폭희생자 추모제 행사를 거행하게 된 것이다.

6일 한정순 한국원폭 2세 환우회장은 추모사에서 "나라를 빼앗기고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원폭피해자 10분의 1이 한국인이었으며 그런 비극의 현장에서 겨우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온 분들도 한많은 삶을 살았다" 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더 늦기 전에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만들어 낸 것에 사죄해야 한다"며 "그것이 해원을 넘어 평화의 언덕으로 가는 길이다"고 했다.

김두관 경남도지사를 대신해 추도사를 낭독한 강병기 경상남도 정무부지사는 "원폭피해자와 유가족의 삶이 국가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면서 "정부의 역할을 요구해온 피해자와 유가족, 후손의 뜻을 받아 도 차원에서도 힘을 쓰겠다"고 했다.

당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일하던 7만여 명의 조선인들 중 60%가 경남도와 합천 지역의 조선인들이었다. 이 가운데 4만여 명이 희생되고 3만여 명이 생존했으며, 이들 생존자 중 2만3천여 명이 귀국하여 현재 전국적으로 2천600여 명이 생존해 있다.

특히 이들의 후손들까지 1만여 명이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원폭피해자와 2, 3세 후손들은 그동안 한'일 양국정부의 어떠한 지원도 없이 원폭후유증과 원폭의 대물림 속에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앓으며 현재 힘겨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합천'김도형기자 kdh02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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