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멀리 보고 가야 할 지역 부동산

입력 2011-08-08 11:01:17

요즘 들어 국내외 경제 환경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발생한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세계 경제 흐름이 난기류에 휩싸이고 국제금융시장은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있지만, 작금의 상황은 무언가 또 다른 불상사를 목전에 두고 있는 듯한 긴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미국의 재정위기를 중심으로 하여 다시 불거지고 있는 국제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은 남유럽 4인방의 고질적인 불안감을 뛰어넘어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위기로 불거지고 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국제 금시세가 마치 새로운 금융위기를 향해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열차 같은 불길함도 주고 있다.

2008년 돌연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는 모든 국가들이 일단 불길을 잡는데 뜻을 같이하고 신속하고도 과감한 위기대응이 있었지만,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세계 각국은 저마다의 입장이 다르고,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과 국가 간 능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유사시의 공조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크게 다른 점은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대국들이 그때는 자국의 경기부양을 통해서라도 세계적인 경기 위축을 부축해주었고, 주요 서방선진국들도 일단 미국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관대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경기과열과 인플레에 발목이 잡혀 운신의 폭이 아주 좁은 입장이며, 실상을 보더라도 이젠 각각의 국가들이 물가를 안정시키고 통화가치를 안정시키는 일이 급선무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만 해도 이제 올해의 성장률을 3%대로 낮추어 가는 저공운항을 하고 있으며, 이는 곧 장차 물가관리에 폭이 좁아 여유 있는 유동성을 공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성장과 투자를 담당하는 해당부처 장관이 직접 연일 소비자물가 안정과 생산자 가격의 통제에 간여하고 있는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상당기간 정부가 시장과 기업의 자금 사정을 호전시킬 가능성은 아주 낮아 보인다.

여기서 우린 그동안 아주 완만하게 그러나 참으로 오랜만에 회복 기미를 보여오고 있는 동남권의 부동산 시장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부산의 주택경기에서 시작하여 대구로 조금씩 올라온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반등세를 넘어 상승세로 확산되기 직전의 상황에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접어두었던 미 시행 물건을 만지작거리며 오랜만에 개발사업을 개시할 기세도 엿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일단 호흡을 한 번 가다듬고 먼 길을 살펴본 후에 다시 차비를 차릴 것을 권한다. 우선 그동안 동남권에서 부동산 경기가 부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동안에도 서울과 수도권은 여전히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는 이제까지의 부동산 경기가 전국적인 경기국면과 호흡을 같이한 실물경기 연동차원이 아니라 수급상에서 볼 수 있는 국지적인 지역사정이나 수도권과의 가격 차이에서 오는 재정현상(차익거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실 지금 동남권에서 필요한 건설경기나 부동산 경기는 수익률 게임이나 하고 프리미엄 투자나 하는 그런 저급한 투자 시황이 아니라, 오랫동안 침체된 지역경제의 회복을 도모하고 새로운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광역화된 차원의 도시경제 활성화란 점에서 섣부른 부동산 경기회복 시도가 좌절될 경우 다시 불을 지피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용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우선 대구나 부산의 지역 내 신규 분양시도는 당면한 시장의 난기류를 감안하여 보폭을 한 템포 늦출 것을 주문하고 싶다. 만일 여기서 몇 건의 야심 찬 지역 내 신규 프로젝트가 분양을 시도했다가 향후 국제적으로 불거질 수도 있는 강력한 외풍과 만나면 스스로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젠 메뚜기도 한철이 아니라 정말 역사를 만들고 미래의 도시를 창조한다는 생각으로 지역 내 건설사나 부동산 개발사들은 돌다리도 다시 두드리는 심정으로 이미 시작한 일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모처럼 불어온 지역 내 부동산 회복세가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도록 문자 그대로 내공 있는 위기대응을 주문하고자 한다.

엄길청(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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