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확한 정보는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적의 상황을 명확히 알아야 병사를 움직일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적정은 반드시 내부 깊숙이 침투한 첩자의 정보망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손자(孫子)의 말도 정확한 정보와 이를 위한 간첩활동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준다.
손자병법은 용간법으로 인간 혹은 향간(因間'鄕間), 내간(內間), 반간(反間), 사간(死間), 생간(生間) 등 다섯 가지를 꼽고 있다. 적국의 백성이나 적국에 거주하는 자기 사람을 첩자로 활용해 의심을 피하는 게 인간이고, 적국의 벼슬아치를 포섭해 가치 높은 정보를 빼내는 것이 내간이다. 반간은 적의 첩자를 매수해 역이용하는 것으로 소위 이중 스파이다. 이를 한꺼번에 활용해 비밀을 빼내면 적의 움직임을 손금 보듯 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간첩 신드롬'이 휘몰아치고 있다. 흑금성'왕재산 사건 등 북한과 관련된 간첩 사건이 폭로돼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전현직 고위 공무원이나 기업의 핵심 기술을 다루는 직원들이 몰래 해외로 기밀을 빼내다 적발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어저께 전직 공군 참모총장이 2, 3급 군사기밀을 빼내 미국 방위산업체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기밀의 가치 여부를 떠나 이는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다. 행정부'국회 등 국가기관이나 군, 사회단체, 기업체 등 우리 사회 도처에서 암약 중인 첩자가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쉽지 않다.
정부가 뒤늦게 간첩'간첩선 신고 포상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안보 의식을 높이기 위해 포상금을 5배나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송민순 의원도 적국이 아닌 외국에 국가 기밀 사항을 유출해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기 돈벌이를 위해 국가 이익과 안위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는 이들은 간첩죄로 책임을 엄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첩이 들끓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와 사회 기강이 허물어지고 안보 의식이 옅어졌다는 방증이다. 국가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가 이익과 밀접한 기밀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층위로 분화할수록 기밀 유지는 기본 원칙이다. 개인의 이념이나 돈벌이 때문에 이 같은 원칙이 허물어지고 안이 소란해지면 밖에서 넘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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