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공직자 人事(인사)하는 법

입력 2011-08-04 10:57:20

최근 공무원 인사(人事)와 관련한 몇몇 이야기가 있다. 대구시가 공기업 임원 대부분을 퇴직 혹은 명예퇴직한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한 것이 언론의 집중 비판을 받았다. 이 문제는 오래전부터 있었고, 수없는 비판에도 시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에도 관행처럼 퇴직 공무원을 공기업 임원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공무원 노조가 잇따라 반대 성명을 내고, 의회까지 나섰다. 특정 개인의 공기업 임원 임용 문제에서 시작했지만, 이참에 이러한 인사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공식적으로는 묵묵부답이지만 여러 소리가 들린다. 비판의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려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반대가 워낙 심해 다른 인물을 찾고자 고심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공무원의 자리 옮김이라는 틀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다른 잡음은 경주에서 나왔다. 감사원이 경주시의 전자인사 관리 시스템을 감사한 결과, 직원들의 자격증 종류를 다르게 입력하거나, 자격증이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가산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시는 단순한 입력 착오라고 해명했다. 실제로도 문제가 된 일부 공무원이 인사나 승진에서 아무런 이익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민감한 인사 기록 오류이다 보니 쉽게 믿지 않는 분위기다.

좋지 않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전 정무비서가 사무관 인사에 개입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는 등 말썽을 빚었던 김천시는 사무관 승진 후보자에 대해 예고 없는 논술시험을 치렀다. 공무원으로서 지금까지 시민을 위해 스스로 노력한 일과 김천시 현안의 해결 방안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어 있은 사무관 인사에서 승진한 4명 중에는 연공서열상으로는 후순위였으나 논술시험을 잘 치른 인사가 발탁됐다는 후문이다.

사실 이 방법도 나쁘게 보면 끝이 없다. 논술시험 성적을 빌미로 시장이 정실 인사를 할 수 있고, 연공서열을 무시하면 진급을 바라보며 20년 이상 나름대로 성실하게 일한 이들의 불만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김천시의 시도는 몇 가지 점에서 참신했다. 논술시험을 치르는 것을 부시장 등 주요 간부 누구도 몰랐고, 문제도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천시가 앞으로 어떻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인가에 이 실험의 성패가 달려 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 인사 행정의 원칙으로 속리(束吏), 어중(馭衆), 용인(用人), 거현(擧賢), 찰물(察物), 고공(考功) 등 여섯 가지를 내세웠다. 언뜻 알아듣기가 쉽지 않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하급 관리의 단속은 너그러우면서도 엄정하게 하되 자신의 올바른 처신을 최우선 규칙으로 삼았다. 스스로 똑바르지 않으면 하급 관리를 통솔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적재적소에 사람을 쓰고, 그 성적을 꼭 평가하되 신상필벌을 강조했다. 오늘날 그대로 가져와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구구절절 공자님 말씀이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공직의 인사는 특히 그렇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하거나 차관 혹은 고위 공무원 직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 하는 문제는 대다수 국민과 큰 관계가 없다. 대통령이나 그들을 부릴 관계 장관이 골치를 싸매야 할 일이다. 국민으로서는 요순시대 때 불렀다는 격양가의 한 구절처럼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이다. 후보자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면 욕을 하거나 술자리의 뒷이야깃거리 정도의 관심을 끌 뿐이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일수록, 그리고 시민과 맞닿는 일이 많은 부서나 민원창구, 동사무소 공무원일수록 그들에 대한 인사는 신중해야 한다. 어떤 높은 자리의 공무원보다 시민에게 도움을 주거나 봉사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직급이 올라가면 인재를 보는 안목과 자기 처신을 똑바로 하는 염치만 있어도 충분하다. 하나 둘 따지고 보면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인데도 인사철만 되면 시끄러운 것은 다음 몇 가지 중 하나이다. 그동안 키우지 못해 인재가 없거나, 있어도 인재를 알아볼 안목이 없거나, 공정하지 못한 다른 마음이 있거나이다. 인사권자라면 이들 가운데 어느 항목에 속하는지 스스로 한 번 헤아려 볼 일이다.

鄭知和(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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