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전통가구 초대전 소목장 엄태조
"50년 작품활동을 하면서 언젠가 전시를 열기 위해 20년 넘게 작품을 모아왔어요. 명장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면서 남들에게 욕은 안 먹어야 할 텐데. 그래도 눈에 크게 거슬리는 건 없을 겁니다."
명장은 의외로 겸손했다. 철없던 14세 때부터 나무를 만지기 시작해 나무와 인연을 맺어온 지 50년. 소목장 엄태조는 '전통기능전승자' '무형문화재' 등의 칭호를 지닌 이 시대 거목이다.
그가 처음으로 수성아트피아 기획으로 50년 목공예 인생을 정리하는 초대전을 7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와 멀티아트홀에서 연다. 소목(小木)이란 장롱, 궤, 함을 비롯한 문방구 등의 세간과 나무로 된 물건, 가마, 농기구 등을 만드는 장인으로, 건축을 주로 하는 대목(大木)에 대칭되는 말이다. 대목장이 집을 지으면 그 사이로 햇살도 들어오고 바람도 드나들지만, 소목장이 만든 것은 물 한 방울도 새면 안 되는 정교한 작업이다. 그는 나무를 선별하는 과정에서부터 건조, 연귀 짜임, 마대 받침, 상감, 옻칠 등 전통가구의 심오한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옛 전통 목공예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낸다.
그는 평생 만져온 '나무'를 '인연'으로 해석한다. 전시장에는 그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먹감나무로 만든 장롱 등이 전시돼 있다. 먹감나무로 만든 가구는 마치 한 폭의 추상적인 동양화 같다. 1년에 선 하나를 그려낸 나무의 예술은 수백년의 세월과 닮아 있다.
"먹감나무는 속에 저토록 아름다운 무늬를 숨겨놓고 있지만, 우리 같은 소목을 만나지 못하면 그냥 사라져버리고 말죠. 이제 먹감나무가 많이 사라져 이런 나무는 구할 수도 없어요."
마음에 드는 나무를 구하면 일단 뻘 속에 3년쯤 묻어둬야 한다. 나무의 진을 완전히 빼고 삭혀야 뒤틀림이 없다. 그 후 끄집어 내 다시 몇 년쯤 건조해야 한다. 쓸 만한 나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최소 1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다.
이렇게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전시장에 내놓은 작품은 170여 점. '명장'이란 이름을 걸었기에 단 한치도 오차는 허용되지 않는다.
"소목장이 힘든 이유는 겉으로는 이음새가 매끈해 보여도, 나무를 이을 때마다 정교한 장부를 끼워넣어야 해요. 나는 기물로써 기법을 후손들에게 남겨야 하니, 먼 훗날 이걸 보고 이 할아버지 정말 잘했구나 하는 소리를 들으면 성공한 거죠."
그는 특히 나무의 결을 중요시한다. 나무는 죽었다 할지라도 그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리는 것, 그것이 나무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무의 안팎을 구별하고 상하좌우를 구별해 음양에 의한 대칭에 맞게 가구를 짠다. 문양이 많은 나무일수록 잘 휜다. 적정한 두께를 선택해야 한다. 50년 동안 나무만 만져온 장인의 '감'은 언제나 정확하다.
한때 명장의 가구는 인기 절정이었다. 3년치 예약이 찰 정도였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그 작품 한 점을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지금은 찾는 이가 드물다. 아파트가 대거 세워진 후 벌어진 일이다. 우리 전통가구는 한옥 온돌방 구조에 가장 알맞은 가구다. 4층 이상의 아파트에 가구를 들여놓으면, 뒤틀리기 일쑤다.
"4층 이하는 땅의 기운을 받아 숨을 잘 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은 죽은 나무도, 식물도 잘 살 수 없지요. 나무도 살기 힘든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어요? 언젠가는 높은 시멘트를 벗어나 다시 땅으로 내려올 날이 있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소목장들도 다시 전성기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전시장에서는 관복장, 머릿장, 소반, 찻상, 혼수함, 이층농, 장롱, 숭숭이반닫이, 강화반닫이, 문갑, 탁자, 지팡이, 평상, 경상, 좌대 등 우리가 잊고 있는 전통가구들을 본래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다. 053)668-180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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