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 복마전 '이웃사촌은 없다'

입력 2011-08-01 10:10:13

연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치기구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 위탁관리업체들이 얽히고 설켜 이권다툼에다 관리비 부풀리기, 편법계약이 판을 치고 있다.

◆송사로 얼룩지는 아파트

대구 달성군 모 아파트단지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간 송사로 홍역을 치렀다. 단지 내 도로포장과 무인 차량출입관리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들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설치 업체간 유착관계를 의심했기 때문. 주민들은 거액을 들여 주차관리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었다며 소송을 제기, 회장이 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대가로 뒷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들통났다.

수성구 모 아파트단지는 공청방송 사업자 선정 문제로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기존의 케이블방송 사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고 IPTV 업체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마찰이 일어난 것.

일부 주민들은 "왜 사전 고지없이 요금이 더 비싼 업체로 바꾸냐"며 비상대책위를 꾸린 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아파트 한 동대표는 "주민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업체를 선정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비리도 없었다"고 반발했다. 북구지역의 한 아파트는 위탁관리업체와 입주민간 최근 3년동안 수십여건의 고소고발이 진행중이다.

아파트 관리를 맡은 위탁관리업계도 혼탁하다. 위탁관리업체들은 '1원 입찰'까지 내며 관리업체에 선정된 뒤 관리비 부풀리기를 통해 수익챙기기에 혈안이다.

위탁관리업체는 최저가입찰제가 시행되면서 '1원 입찰'이 판쳐, 공사비나 관리비 부풀리기를 통한 탈불법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1천가구 규모의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관리해도 연간 수익이 19만원에 불과하기 때문.

실제 최근 북구 동천동의 모 아파트단지와 또다른 북구의 아파트단지는 모 업체가 1원에 낙찰받는 등 대구시내 단지에 '1원 입찰'이 확산되고 있다.

◆이권다툼 왜 일어나나

입주자대표회와 주민 간, 또 위탁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간 다툼이 잦은 것은 아파트 대단지 관리비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르는데다 각종 유지보수 사업에 걸린 이권이 막대하기 때문. 2천세대 아파트의 경우 한해 관리비 규모만 50억원에 달하고 각종 사업도 수십건이 넘는다.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움직이는 돈의 규모는 중소기업을 능가한다"며 "순수하게 주민들을 위해 일하는 동대표도 많지만 직업도 없이 동대표만 하며 이권에 개입하는 '꾼'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14년 경력의 관리사무소장 김창수(가명·55) 씨는 "통상 10년 이상된 아파트의 경우 유비·보수 소요 건수는 한 해 평균 50건 이상이다. 대부분 200만원 이하 사업으로 관리소장이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할 수 있지만 전체 사업비를 부풀려 총 사업비의 5~10% 정도를 대표회의에서 챙긴다"고 실토했다. 그는 "위탁관리업체 입장에서는 대표회의 측에 잘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고백했다.

이에대해 공동주택 전문가들은 유명무실화된 '공동주택 분쟁조정위원회'가 분쟁을 강제 조정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주고 위탁관리업체의 담합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일대 이현준 교수(부동산지적학과)는 "'최저가 낙찰제'도 일괄적용하기보다는 아파트 규모나 특성 에 맞춰 적용하고, 용역관리업체 선정 과정에 입주민들이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한다"고 조언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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