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교동 '주얼리 특구
"우리 골목은 손님들의 행복한 순간을 함께한답니다."
많은 대구 사람들이 '귀금속' 하면 교동을 떠올린다.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준비할 때도, 한 살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돌 반지를 선물할 때도 어김없이 사람들의 발길은 교동으로 향한다. 새로운 인생을 앞뒀을 때, 축하할 일이 있을 때마다 골목을 찾는 손님들이 퍼뜨린 행복바이러스 덕에 상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없는게 없는 교동에 귀금속이 들어오다
교동(校同)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향교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향교 건물은 1930년대에 남산동으로 옮겨가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부터 교동에는 상권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로 미군부대에서 나온 물건들과 보따리 무역, 탈세수입품 등을 취급해 '없는 게 없는' 시장으로 통했고, 1956년에는 '교동시장'이 정식허가를 받았다.
교동에 귀금속 매장이 들어선 것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귀금속 매장은 주로 대신동과 중앙로, 서문시장 일대에 모여 있었다. 이 매장들이 가까운 교동에 제조공장을 만든 것이 골목의 시작이다.
교동은 당시 상인들에게 최적의 입지였다. 가까이에 대구역이 있어 다른 지역으로 물건을 보낼 때 편리했기 때문이다. 교동에서 만들어진 귀금속을 바로 다른 지역으로 납품하기 위해 중간상인들이 교동에 자리를 잡았고 금은방은 급속도로 불어났다. 1970년대부터 귀금속 골목에서 일했다는 한 상인은 "당시에는 교통이 안 좋았으니 다른 지방으로 물건을 보낼 때나 서울에서 물건을 받을 때 열차를 많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전국으로, 해외로 나가는 '메이드 인 교동'
교동 귀금속 골목은 단순히 판매 수준의 상권이 아니다. 골목의 400여 개 업체는 귀금속 제조업부터 도소매 판매업, 금'은 매입업, 부자재 판매업 등으로 귀금속과 관련된 것은 거의 다 모여 있다고 보면 된다. 연매출이 2천억원을 훌쩍 넘고 수출실적도 1천500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2005년에는 정부로부터 패션주얼리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골목에서 만들어진 물건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가끔씩 판매점들이 서울에서 가져오는 물건을 보면 이 골목 상품인 해프닝도 벌어진다.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주로 시계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골든타임'은 두바이 등 중동시장에 금시곗줄을 수출하고, 국내 최대 귀금속 도매상인 '크라이스'는 미국 LA에 지사까지 냈다.
귀금속 골목도 항상 좋은 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이 팍팍해지면 가장 먼저 발길을 끊는 게 귀금속이기 때문이다. 골목이 탄생한 뒤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던 귀금속 판매는 IMF를 맞으면서 심하게 꺾였다. 당시 전국적으로 '금모으기 행사'가 진행되면서 귀금속을 파는 사람은 있었지만 사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후에도 물가는 치솟고 금값이 고공행진하면서 귀금속 소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젊어지는 교동 귀금속 골목
골목은 변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골목이 젊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인들은 손님을 사로잡기 위해 골목을 꾸미고 다양한 행사를 만들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라진 전봇대다. 2008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종료된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전봇대를 없애고 전기시설을 땅 속에 묻었다. 간판과 도로도 깨끗하게 정리해 골목을 들어서는 순간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해마다 열리는 '대구패션주얼리 위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로 6회째를 맡는 이 행사는 4일 동안 50만 명이 몰리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다. 무대공연과 더불어 보석감정이나 무료세척 같은 행사를 펼치고 경품행사도 열어 행사 기간에는 골목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귀금속 제조와 판매, 전시를 한곳에서 하는 '패션주얼리전문타운'도 개관했다. 백화점식 매장으로, 손님들이 좀 더 다양한 물건을 비교하면서 볼 수 있는데다 귀금속 관련 전시회도 볼 수 있어 귀금속 골목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상인들도 젊어지고 있다. 20, 30대 상인들은 젊은 감각으로 물건을 들여오는데다 매장 홍보에도 열성적이다. 20대 사장이 운영하는 'JS lara'는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홍보를 하고 고객들에게 이메일로 전자 카탈로그를 보내기도 한다.
대구패션주얼리사업협동조합 곽봉수 이사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배울 것이 많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을 홍보에 활용하는 것은 상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해 판매와 홍보를 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귀금속가공업협동조합 도선호 이사장도 "더 좋은 디자인과, 명품보다 뛰어난 품질로 골목을 찾는 손님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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