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외국인 여성들의 삶] 꿈은 이루어진다

입력 2011-07-28 14:20:32

내 이름 내 건 번듯한 제과점 꼭 열겁니다

행복! 단 한 가지뿐이었다. 그곳엔 파랑새가 있다고 믿었기에 지독한 두려움, 고독, 향수도 이겨냈다. 그리고 눈물, 보고픔과 그리움은 차라리 사치였다. 차가운 시선도, 배타적이고 왜곡된 눈길도 애써 모른 체했다. 이젠 이곳이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닌, 내 나라이기에…."우리는 '이방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딸입니다!"

◆제과·제빵사의 꿈 4인방

"우리 '레인보우 베이커리'에 빵 사러 오세요. 정말 맛있어요."

대구시 서구 원대동 제일종합복지관(관장 김진홍). 그곳엔 '제빵 공장'이 있다. 제과·제빵사를 꿈꾸는 다문화가정 4명의 주부가 빵 만들기에 열심이다. 이들은 제일종합복지관이 추진한 마을기업 '행복 UP 레인보우 베이커리'에 정식으로 취업한 직원들이다. 함께 입사한 제과'제빵사 김영민(33) 씨에게 기술을 배운다. 많지는 않지만 월급까지 받는다.

중국 출신 나월매(33·대구 서구 원대3가) 씨가 가장 언니다. 한국에서 월매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하니 "처음엔 이름 때문에 우스갯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춘향이 엄마"라고 대답한다. 월매 씨는 중국의 LG전자 현지 회사에서 일했다. 같은 직장 동료였던 남편과 1년 정도 연예를 한 후 지난 2000년 결혼했다. 11살 난 아들(김영주)도 있다. 한족 출신으로 한국말 배우기가 어려웠으나 이젠 겉모습도, 말하는 모습도 전형적인 한국 주부다. 2005년에 한국 국적도 취득했다. 지난해 2월엔 제과·제빵사 자격증도 땄다. 처음엔 단순히 가족들이 빵을 좋아해서 맛있는 빵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이유에서 제빵기술을 배웠지만, 이제는 "열심히 해서 제 이름의 제과점을 차리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캄보디아 출신 춘나린(27·서구 원대1가) 씨. 한국에 온 지 1년 9개월째다. 시아버지를 모시고 남편과 3명이 함께 산다. 하지만 일 욕심이 많다. 제빵사도 하고 싶고 미용기술을 배워 미용사도 되고 싶어한다. 남편과의 만남은 캄보디아 현지 교회에 있던 남편 친구의 소개로 만났다. 부모님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커피와 주스 등 장사를 해서인지 빵 파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제일종합사회복지관 이은향(복지사) 팀장은 "부모님의 끼를 이어받아서 장사에도 남다른 소질이 있다"고 소개한다. 성격도 밝고 명랑하다. "신랑이 기분이 좋을 때는 '자기야' 하고 불러줘서 좋아요"라고 한다.

꼬옹 라짜나(27·대구 서구 비산5동) 씨도 캄보디아 출신이다. 지난해 결혼해 한국에 왔다. 18개월 된 아들이 있다. 고교 졸업 후 국제결혼상담소를 통해 남편을 만났다. "남편이 너무 잘생겨서 결혼했다"며 활짝 웃는다. 하지만 아직도 지독한 '향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는 정말 잘 왔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님 생각만 하면 울음이 난다"며 눈물을 글썽인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해서 빵집을 차리고 싶다"고 말한다.

진선미(26·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2007년에 결혼한 4살 된 은솔이 엄마다. 캄보디아 이름은 '진씨네트'이지만 남편이 '진선미'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줬다. 친정아버지는 캄보디아 경찰관이다. 어머니와 함께 바나나 농장 등 집안일을 돌보다가 결혼을 했다. "처음엔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너무너무 걱정을 많이 했지만 남편을 보는 순간, 후덕한 인상에 끌려서 결혼했다"고 말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요리하는 것이 취미라서 요리사가 되는 것도 꿈이고, 미용사도 하고 싶고 모든 것을 다 하고 싶어요"라며 일 욕심이 대단하다.

제일종합복지관 김진홍 관장은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했다"며 "나월매 씨 등 자격증이 있는 주부에게는 소자본 창업을 지원받아 창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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