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의 또다른 주역-섀도 아티스트] 1)무대제작자 최정주 씨

입력 2011-07-28 07:50:32

무대 만들어주면 백만원…보람만 짭짤하죠

최정주(시인기획 대표) 씨는 경력 17년이나 된 대구에 몇 안 되는 무대제작자로 공연장 뒤편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
최정주(시인기획 대표) 씨는 경력 17년이나 된 대구에 몇 안 되는 무대제작자로 공연장 뒤편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

화려하고 감동적인 무대 공연이나 마음을 울리는 전시회를 만나면 사람들은 진한 감동을 받는다. 그럴 때 사람들은 배우와 화가들을 향해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하지만 공연이나 전시회 등 문화 현장의 뒤편에서 배우와 화가들을 묵묵히 뒷바라지하는 사람들을 간과하기 십상이다. 흔히 스태프라 부르는 그들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예술가'라는 의미로 '섀도 아티스트'(Shadow Artist)라 이름을 붙여 본다. 공연이나 전시회의 또 다른 주역인 섀도 아티스트들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2일 오후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뮤지컬 '피노키오'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서는 막바지 공연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바쁘기는 무대 뒤편도 마찬가지다. 이것저것 소품을 옮기는 스태프 사이로 소품으로 쓰일 '기린' 인형 손질에 열중하는 이가 있다. 무대제작자 최정주(50'시인기획 대표) 씨. 경력 17년에 이제는 '터줏대감' 소리를 듣고 있지만 여전히 공연을 앞두고 긴장한 표정이다. "관객 시선에만 띄지 않을 뿐, 우리도 공연을 앞두고는 감독이나 배우처럼 무대세트가 공연과 조화를 이룰지, 혹시 고장이나 이상은 생기지 않을지 불안해 하고 걱정합니다."

최 씨는 한때 연극인이었다. 국문학 전공인데도 동아리 활동이 인연이 돼 연극인의 길을 걸은 것. 배우를 하다 연출, 제작을 맡으면서 자연스레 무대제작에 손을 댔고 그것이 결국 직업으로 이어졌다. 최 씨는 1995년부터 무대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짭짤한 재미가 있었다. 대구시립극단이 발족하고 TBC방송 개국으로 인한 개막공연 등 대구에 이벤트 공연도 풍성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대구의 공연 기반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연극 공연 무대를 주로 제작하는 최 씨가 한 작품에 받는 금액은 100만~200만원이 전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무대제작자는 고작 3명 내외죠. 지역에서 만으로는 돈벌이가 안 돼 전국을 무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죠." 더욱이 무대디자인과 무대제작이 나뉘어 있는 서울과 달리 지역에서는 같이 하는 실정이다. 디자이너도 되었다, 목수에 페인트공, 철근 기술자 등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것.

무대제작은 제작자나 연출자가 공연 2, 3개월 전에 의뢰가 들어오면 시작한다. 대본을 보고 무대 스케치를 하면서 그들과 의견을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의도와 무대제작자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무대 세트가 빛을 보게 된다. 직업적 보람도 자신의 구상이 무대에 고스란히 반영됐을 때 얻는다. "무대 제작이 생각처럼 되었을 때 이 공연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공연이다'고 느끼죠. 그럴 때 뿌듯하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최 씨는 자재나 소품을 다루는 직업이니만큼 목재상에 페인트집, 서문시장 천가게, 심지어 골동품 가게까지 여러 곳을 섭렵해 놓아야 한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야 자재를 사거나 얻는 데 도움이 많이 되죠. 특이한 소품 등도 가끔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죠."

최 씨는 가장 골칫거리는 무대를 보관하는 창고라고 했다. 보관하는 장소를 찾기가 마땅치 않은데다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 "2008년쯤에 달성군 가창면의 한 우사를 창고로 활용했는데 뒤늦게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사실을 통보받고 쫓겨난 적도 있어요. 2009년에는 창고에 불이 나 상당수 자재를 태워 먹기도 했죠. 그런 일 당하니까 너무 열이 나고 허탈하더라고요. 잠시 무대 제작을 접고 외국에 도피하다시피 간 적도 있어요." 서울에서는 공연이 끝나면 아예 무대 세트를 폐기하는 예도 많다고 한다.

최 씨는 자신과 같은 공연 스태프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10월쯤 스태프발전연구회 결성을 추진 중이다. "연구회를 만들어 친목 도모와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을 겁니다. 공연문화 도시를 위해서는 실력 있는 공연 스태프들이 탄생해야 하니까요."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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