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고장 '공포의 KTX'

입력 2011-07-18 10:48:54

김천 황악터널서 스톱, 승객 더위·불안 시달려

고속열차(KTX)가 하루가 멀다고 고장으로 멈춰서 승객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올 들어 10분 이상 운행이 중단된 경우만 36차례나 되고 최근 3일간 3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특히 그동안 말썽을 부리던 KTX-산천뿐만 아니라 기존 KTX 열차의 핵심부품에서 고장이 잇따라 사고우려와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악몽의 1시간=17일 오전 11시쯤 부산발 서울행 KTX 120호 열차가 경북 김천시 황악(黃嶽)터널 안에서 고장으로 1시간 동안 운행이 중단됐다. 황악터널은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을 잇는 9.975㎞ 구간으로 KTX 열차가 지나는 터널 가운데 부산 금정터널(20.3㎞)에 이어 두번째로 길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은 긴급 복구반을 투입해 낮 12시 3분쯤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객실 내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에어컨이 꺼지고 비상 전등만이 들어와 승객 400여 명이 찜통더위와 공포에 시달렸다. 사고 여파로 후속 열차도 20분~1시간 이상 지연 운행돼 많은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사고 열차는 이에 앞서 동대구역에서도 5분 정도 출발이 지연되는 등 여러 차례 이상을 보였으며 터널 도착 때까지 14분 정도 지연 운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승객 김형일 씨는"'모터에 이상이 생겨 열차가 정지했다'는 안내방송만 나왔을 뿐 1시간 넘게 터널 안에서 공포에 시달렸다"며 "불안감을 느낀 일부 승객은 대전에서 내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탄 승객 백모 씨는 "비상등도 자주 불이 나갔고, 승무원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또 지나가는 KTX때문에 굉음과 흔들림으로 승객들의 공포가 엄청났다"며 "손해배상소송을 통해 코레일의 행태를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고 분개했다.

코레일 관계자는"모터블록에 이상이 생겨 기관사가 차량을 정차시켰다"며 "차량기지에 입고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모터블록은 열차 바퀴를 움직이는 동력 공급 장치로 객차 한량에 6개가 설치돼 있으며 1개가 고장 나더라도 열차는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고가 적어도 2개 이상의 모터블록이 한꺼번에 고장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잇따르는 사고=사고가 난 지 불과 3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45분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KTX 열차에서도 출발 30분 만에 냉방장치에 이상이 생겼다. 이 때문에 승객 800여 명이 1시간 45분 동안 숨막히는 더위와 씨름해야 했다. 코레일은 대전역에서야 승객들을 다른 열차에 옮겨 태웠다. 앞서 15일 오전 11시 30분쯤에는 경남 밀양역으로 진입하던 KTX산천 열차에서 연기가 발생해 승객 150여 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은 올해 초 KTX 고장이 잇따르자 정비를 강화하고 외부전문가에게 안전 전반을 점검받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KTX-산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도입한 KTX 열차까지 고장이 잇따르고 모터블록 등 핵심부품이 말썽이 일으키는 것은 정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KTX-산천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 도입한 차량도 노후화해 고장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며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정비인력 확대 필요성 등을 제기했지만 경영진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천'박용우기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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