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1일 아사히신문은 오사카 지방검찰청 특수부가 압수한 플로피디스크 데이터의 날짜를 2004년 6월 1일에서 6월 8일로 고쳐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도했다. 특수부 검사가 후생노동성 국장을 구속시키겠다는 공명심에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간 당일, 대검찰청은 담당 검사를 체포했다. 이어서 특수부장, 부부장 등 3명의 검사를 구속 기소했다. 12월 사건이 일단락되자 검찰총장은 국민에게 공식 사죄하고 사직했다. 재판에서도 검찰은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배반했다"며 최고형을 구형했으며, 담당검사는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에서 일어난 스폰서 검사 파문은 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대부분 접대가 대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성접대 의혹마저 제기된 검사에 대해서도 사법조치는 없었다. 무엇보다 임기를 한 달 반 정도 남겨둔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회 의결에 불만을 표하며 사퇴했다.
영국의 최대 일요신문으로 168년의 역사를 지닌 뉴스오브더월드(NoW)가 7월 10일자로 폐간했다. 2002년 납치, 실종된 여중생의 음성메일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자 소유주 제임스 머독이 내린 결정이다. "잘못된 행동은 좋은 뉴스룸을 나쁜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킹 스캔들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KBS는 도청 의혹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 대표실에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관련 회의를 도청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KBS 기자의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KBS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식의 도청행위를 한 적은 없다. 압수수색은 언론기관에 대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달라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일본 검찰총장은 국민에게 잘못을 사죄하기 위해, 한국 검찰총장은 자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사표를 썼다. 공영방송 KBS는 도청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신료 인상에만 혈안이 되어 있지만, 민간 신문사인 뉴스오브더월드는 도청의 책임으로 폐간을 단행했다. 한쪽은 자기 조직에 있는 독(毒)을 빼내려 하고, 다른 한쪽은 독에 오염된 줄도 모르고 자기 과실만 키우려 하는 것이다.
검찰과 방송은 사회의 목탁(木鐸)이다. 권력을 견제하여 인권을 보호하고, 정보를 공정하게 전달하는 게 주어진 의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맑은 소리를 내는 목탁이 되어야 한다. 목탁은 살구나무를 30시간 삶고 또 3년을 말려서 만든다고 한다. 긴 인고와 고통이 맑은 소리를 내게 한다. 검찰은 자기의 권한이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고름을 도려내기 위해 칼(劍)을 들이대야 한다. 스폰서 검사 파문이 있었는데도 "검찰이 가장 맑은 조직이다"고 하는 썰렁한 코미디는 이제 그만두자. 검찰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다고 외쳐도 국민들은 냉소적이다.
KBS가 도청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썽을 빚은 후 인상한 수신료로 공정한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독이 있는 나무에 열린 열매에는 독이 있게 마련인 때문이다. 독수독과(毒樹毒果)론이다.
한국의 검찰과 KBS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한 권한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검찰은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니 제 식구를 다치게 하는 일도 없다. KBS 역시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신료를 확보하고 있다. 전기요금과 함께 수신료를 통합 징수하는 나라는 없다. KBS를 시청하지 않아도 텔레비전만 있으면 수신료를 내야 하는 일종의 세금이다. 국민들은 왜 세금을 받는 KBS를 국민의 방송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는 걸까. 아무리 탐스럽게 보여도 독이 있는 나무에 달린 열매는 커질수록 그 피해도 커진다.
이성환(계명대 교수·국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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