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제스 씨는 한국생활 틈틈이 네팔을 오고가며 봉사활동을 한다. 동산병원에서 시작된 '네사모'(네팔을 사랑하는 모임)과 '네사피모'(네팔을 사랑하는 피부과 전문의들의 모임) 덕분이다. 약과 의료기기를 지원해주는 사람도 많고, 기꺼이 네팔까지 가 봉사활동을 펼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정말 정이 많고 따뜻하다"고 감사했다.
하지만 그가 접한 한국은 '두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가진 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남과 나누고 싶어하는 '정 넘치는 한국인'이 있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업신여기고 월급을 떼먹고 위험으로 내모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에 와 있는 네팔인들이 위급한 상황이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마 전 성서산업단지에서 유서를 써놓고 자살한 네팔인 노동자도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산업현장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사람 대접 못받는 경우가 상당하더라고요."
그 역시 동남아인이라는 외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상점을 갔는데 아예 가격은 말해주지도 않고 "너 돈 있어? 이거 비싸서 넌 못사"라고 말하는 가게 주인도 있었단다.
19년의 길고 긴 한국생활. 그는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이니 그 사이 한국도 참 많이 변했다"고 했다. 그 발전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이기까지 한단다. 하지만 그는 "너무 빠른 속도 속에서 정작 중요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모든 것이 물질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는 환자를 대할 때 병을 치료하는 일보다 우선하는 일이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환자 1명을 대하는 시간이 꽤 길다.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한국 문화에서 제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때도 있나봐요. 그렇지만 저는 병이란 건 약만 잘 쓴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