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명예 회복'을 벼르는 스타들이 있다. 옐레나 이신바예바, 류샹, 무로후시 고지 등이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이들이 대구 대회에서 다시 '포효'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지존 이신바예바(29'러시아)의 재기 여부는 이번 대회의 최대 관심사다. 이신바예바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치다 2009년, 기록 및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추락했다. 2009년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바'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하고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선수권대회 3연패 무산과 함께 부진의 늪으로 빠져든 것. 그해 8월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벨트클라세 골든리그에서 5m06을 넘어 자신의 세계 기록을 1cm 경신하며 다시 위용을 되찾는가 했지만 2010년 3월 카타르세계실내선수권대회에서 4m60의 저조한 기록으로 입상에도 실패한 뒤 잠정 휴식을 선언하고 경기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올 2월, 11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이신바예바는 러시아 실내육상대회에서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 안나 로고프스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재기에 성공했지만 기록은 4m81에 그쳐 예전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했다.
물론 이신바예바가 여전히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최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여자 선수 중 유일하게 '5m'의 벽을 넘은 이신바예바는 실외(5m06), 실내(5m) 두 부문 세계 기록을 모두 가지고 있다. 2003년 4m82를 뛰어넘으며 첫 세계 기록을 세운 그녀는 2004년 아테네에서 4m91, 2008년 베이징에선 5m05를 넘어 잇달아 세계 기록을 경신하며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2005'2007년 세계선수권대회를 2연패 하는 등 2009년 5m06을 기록할 때까지 6년 동안 세계 기록을 27번(실외 15번, 실내 12번)이나 갈아치웠다.
영광과 시련을 모두 맛본 이신바예바는 대구 대회에서 28번째 세계 기록 작성 및 우승에 도전한다.
◆'황색 탄환' 류샹
중국 최고의 스포츠 영웅인 류샹(28)은 2003년 파리육상선수권대회 110m 허들에서 동메달을 따며 세계무대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 뒤 이듬해 아테네올림픽에서 12초91, 세계 타이기록을 세우며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트랙 단거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단숨에 세계 최고 선수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에도 류샹은 키 189㎝, 몸무게 82㎏의 서구 선수 못지않은 체격, 하체를 활용한 유연한 허들링과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주무기로, 2005년 헬싱키세계육상선수권대회 은메달, 2006년 세계 신기록(12초88) 수립, 2007년 오사카대회 금메달 등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세계 기록 작성과 올림픽,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석권한 '트리플 크라운'은 남자 허들계에서 최초였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류샹이 2007년까지 벌어들인 수입이 2천300만달러가 넘는다고 추정했고, 당시 한 보험사는 류샹의 다리 가치를 1천350만달러로 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샹은 올림픽 2연패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여겨졌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예선 시작 직전 부상으로 기권했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 선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류샹의 시대는 갔다'는 주변의 평가를 비웃듯 그는 2009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대회 우승,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다시 부활했다. 아직 개인 최고 기록(12초88)에는 못 미치지만 재기 이후 2009년 12월 동아시아대회 13초66, 2010년 5월 상하이 그랑프리대회 13초40, 2010년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13초09, 5월 상하이 다이아몬드리그 13초07, 6월 5일 미국 다이아몬드리그 13초00 등 가파른 기록 상승세를 보이며 12초대 재진입과 함께 대구대회 우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아시아 투척의 전설' 무로후시 고지
아시아 무대의 트랙에 류샹이 있다면 필드엔 일본의 무로후시 고지(37)가 있다. 일본의 남자 해머던지기 선수인 그는 2001'200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2m91을 던져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엄청난 힘을 요구하는 해머던지기에서 동양인이 세계 정상에 서는 것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고지의 최고기록은 2003년 세운 84m86으로, 1998'2002년 아시안게임 2연패, 일본선수권대회 해머던지기 16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고지 뒤엔 '2세'의 세계 정상 등극을 위해 국제결혼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집념'의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 무로후시 시게노부는 아들에게 일본 최고 기록을 넘겨주기 전까지 23년간 일본 기록을 보유했고, 1970(방콕)~1986년(서울)까지 아시안게임 5연패, 올림픽 4회 연속 출전 등 아시아를 평정한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러나 번번이 동유럽 선수들에게 밀리는 등 세계의 벽에 막혀 입상권에 들지 못하자 시게노부는 '2세 만큼은 반드시 세계 정상에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1968년 유럽 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등 챔피언 출신인 루마니아의 투척(창던지기) 국가대표 선수와 결혼했다. 투척 강자인 부모의 뛰어난 유전자와 힘, 체격이 좋은 동유럽계의 피를 함께 수혈한 아들 고지는 결국 아버지의 명조련 아래 결국 세계를 제패했고, 아버지 시게노부도 꿈을 이뤘다.
그러나 고지는 2007년 오사카세계선수권대회 6위, 2008년 베이징올림픽 5위(입상 선수 2명 약물 복용으로 동메달)에 그치는 등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세월을 이기고 출전해 노익장을 과시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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