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웨르너 삿세 전시회
푸른눈의 한 외국인이 맨발 차림으로 전시실 바닥에 앉아 있다. 붓에 묵을 묻힌 그는 한지 위로 거침없이 붓을 뻗어나갔다. 그의 붓끝에서 가창의 자연 풍광은 전혀 색다른 풍경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독일인 웨르너 삿세의 전시가 21일까지 동제미술전시관에서 열린다. 웨르너 삿세는 독일 함부르크 대학 한국학과 교수를 거쳐 2006년 한양대 문화인류학 석좌교수로 한국에 들어와서 지난해엔 현대무용가 홍신자 씨와 결혼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다운 독일인이다.
그는 유화, 파스텔화, 수채화, 템페라 등의 작품활동을 해오다가 20년 전, 한지와 먹, 한국의 흙에 매료되면서 한국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전시를 하는 그 지역의 '현장성'을 중요시한다. "그 지역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야 하거든요. 내가 작품을 전시할 그 방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전시실 모양과 분위기를 다 고려하지요."
그는 가창의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고 했다. 산세가 아름다워, 아마도 그의 붓끝에선 막 비가 개인 가창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풍경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 마음의 풍경이다.
"제 그림은 산수화라기보다는 추상화에 가깝습니다. 산, 돌, 나무, 바다 같은 자연물을 즐겨 그리지만 그 풍경 자체는 아니지요. 그림과 나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는 요즘 한국의 작가들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화풍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 작품을 보고도 한국 사람인지, 외국 사람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요."
많은 작가들과 평론가들이 한국화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요즘, 그는 한국화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현대의 사람들과 300년 전 사람과의 사고방식은 다릅니다. 전통회화의 장점을 현대적으로 응용했으면 좋겠어요. 한국의 전통을 새롭게 인식하고 만들어가야 전통과 현대, 미래가 새롭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 오프닝인 16일 오후 5시에는 웨르너 삿세와 세계적인 현대무용가이자 부인인 홍신자 씨의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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