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왜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소비하는 왕실을 계속 유지하는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온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왕실의 결혼에 온 세계가 열광하며 이 시대의 동화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끊임없이 스캔들을 양산하는 왕실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왕실의 뉴스만큼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어디 있는가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정치도 하나의 실생활이기도 하지만 정치가 아니면 그 많은 방송시간과 신문의 지면을 어떻게 장식할 수 있겠는가? 특히 주로 심야에 방송하는 TV토론 프로그램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함이 제일 큰 목적일 것이다. 이와 더불어 토론 자체가 하나의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나도 방송 토론회를 즐겨보는 국민의 한 사람이지만 대개는 끝까지 보지 못한다. 그 이유는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문제점의 나열과 합치되지 않는 양측의 주장이 도대체 해결점에 도달할 것 같지가 않아서다. 상대방의 발언을 듣기보다는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보통 사람에게는 인내심을 유지하기가 힘들게 만든다.
특히 반대 입장을 가진 사람의 말허리를 끊고 자기의 주장만을 외치는 모습, 혹은 양측이 동시에 각자의 말을 쏟아낼 때는 소위 말하는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계속 보고 있기가 참 힘이 든다.
이런 매스컴의 영향 때문인지 가끔씩 이런저런 모임에 가 보면 여러 가지 이야기를 진득히 하기가 힘들 때가 많다. 방송토론회처럼 말을 채 맺기도 전에 말허리를 자르며 누군가 끼어들어서 이야기를 계속하기가 난처할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서론이 좀 길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지만 이렇게 말허리가 끊길 때면 이미 썰렁해진 내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서 애처롭게 주위를 둘러본다. 그러다가 누군가 나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그 사람을 쳐다보면서 앞뒤가 맞지도 않는 이야기를 중얼거리게 된다. 왜? 그냥 끊기에는 너무 민망하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나는 절대 남의 말허리를 자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도 이제 제법 자르기의 명수가 되어서 정글에서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자, 언제쯤 치고 들어갈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누군가 말이 조금 길어지던지 허점이 보이면 재빨리 치고 들어간다. '휴…. 드디어 궤도에 진입했구나'라고 안도를 하면서 의기양양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다간 어느새 침범당하기도 하면서….
몇 시간 동안 밥도 먹고 때론 술도 한잔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이렇게 가끔씩 자르고 잘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애당초 말하고자 했던 바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자리를 파할 때도 있다.
차분히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들은 후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또한 말을 길게 늘려서 하는 좋지 않은 습관을 고쳐서 간단명료하게 내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나보다 상대를 배려하면서 이야기를, 정담을 나누기를 희망한다. 각자가 가진 다른 생각 때문이 아니고 대화의 방법 때문에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가끔은 내가 말이 길어지더라도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었으면 한다.
김형국 성악가'아미치아트컴퍼니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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