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최의 세상 내시경] K-POP의 열풍

입력 2011-07-14 15:06:14

최근 국민의 시선이 프랑스에 쏠렸다. 우선은 조선왕조 기록문화의 꽃이라는 '의궤'가 프랑스로부터 돌아왔다. 의궤 반환의 순간은 실로 만감이 교차했다. 조선 정조 때인 1782년, 외규장각이 설립된 후 그곳에 보관돼 있던 의궤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빼앗긴 비운의 문화재다. 협상에만 20년, 꼬박 145년이 걸려서야 원래 있던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이번 반환은 더없이 기쁜 일임에 틀림없지만 단, 의궤가 명백히 불법 반출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영구 반환이 아닌 5년 갱신 가능한 대여조건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래 있던 자리로 온 것이나, 어쨌든 의궤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라면, 한국에서 프랑스를 향해 나간 것도 있다. 파리를 뜨겁게 달군 바로 한국 가요 'K-POP'이다. 유럽의 문화수도,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의 대표 아이돌인 소녀시대, 샤이니,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K팝 전사들이 가진 공연은 그야말로 핫이슈였다. 이틀간 공연에 프랑스를 비롯해 영국, 이탈리아, 핀란드, 스웨덴 등 유럽 각지에서 온 1만4천여 명의 한류 팬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공연이 있기 이전에 이미 당초 1회로 예정됐던 공연의 연장을 요구하는 프랑스 팬들의 루브르 박물관 앞 플래시몹 시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덕분에 공연 일정이 이틀로 늘어났고, 입장권은 금세 매진돼 암표가 나돌 정도였다.

프랑스의 유력 언론들은 한류가 유럽을 강타했다고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현지 음반업계의 반응이 인상적이었는데, K-POP에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이 마치 영국 비틀스 공연을 연상시킨다는 평가와 함께 가족과 함께 지켜볼 수 있어 교육적이기도 하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실험적이거나 전위적이고, 선정적인 유럽의 팝 공연과 비교되는 한국 팝의 경쟁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K-POP은 어떻게 유럽까지 전파되었고 그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은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K-POP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중국, 일본을 비롯해 북미, 유럽, 호주팬들까지 폭넓게 확보하고 있다. 음악과 퍼포먼스 역시 해외 팬들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따라 부르기 쉬우면서도 글로벌한 정서가 통하는 음악을 가장 세련된 포장으로 선보이고 있다. 춤과 노래가 완벽하게 매칭된 콘텐츠 파워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를 지낸 테디 라일리가 "K-POP은 단순한 음악장르가 아닌 일종의 현상이자 무브먼트"라고까지 칭찬을 할 정도니 말이다.

K-POP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요가 아시아권을 넘어 유럽시장에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동안 유럽 대륙이 어떤 곳이었나. 한국 문화 진출은 엄두조차 못 내던 불모지와 같은 곳이었다. 게다가 파리는 유럽 문화의 교두보라고 불리는 곳이라 더욱 의미심장하며, 개인적으로는 문화에 콧대 높은 프랑스에서 이룬 쾌거라 더욱 기쁘게 다가온다.

이제 막 프랑스에 상륙한 K-POP이 한류 확산의 청신호가 되길 바란다. 지금 우리는 100여 년 전, 힘에 의해 정복당해 우리 문화를 프랑스에 빼앗겼던 서러움을, 프랑스 땅 심장부에 우리 문화를 수출하는 모습으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구미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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