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름 들어간 도로명 바꿔
불교계가 정부 방침에 따라 새롭게 도입되는 도로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달 29일부터 도로명 새주소가 도입되면 사찰명이 들어간 도로 이름이 일반 도로명으로 바뀌기 때문. 조계종은 이 같은 도로명 변경이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는 물론 지명 유래와 역사성을 무시한 행정"이라며 새 도로명 사용 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준비하고 있다.
12일 불교계에 따르면 불교식 도로명이 일반 도로이름으로 변경되는 곳은 전국적으로 100여 곳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사찰 이름을 딴 도로 3곳의 이름이 변경될 예정이다. 대구 동구 도학동 '동화사길'은 '팔공산로 201길'로 바뀌며, 달성군 화원읍 '화장사길'은 '비슬로 522길', 달성군 논공읍 '용화사길'은 '노이길'로 각각 변경된다.
이에 대해 동화사 관계자는 "동화사는 이집트 피라미드, 인도 태희능과 함께 중국 정부가'동아시아 10대 관광 명소'로 선정할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신라시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사찰인데 정부가 이런 홍보도 제대로 못해 줄망정 도로 이름에서 동화사 이름을 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불교계의 반발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 성북구에 있는 보문사 한 스님은 다음 '아고라'에 서울시와 성북구청을 상대로 청원 글을 올렸다. 이 스님은 "지역 주민과 50여명이 스님이 살고 있는 보문사 측에 도로명에 대한 의견수렴 없이 '보문사길'을 '지봉로'로 바꾸는 것은 보문사에서 유래한 보문동의 명칭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처럼 불교식 도로명이나 지명이 사라지게 된 것은 행정안전부의 '도로명 주소 업무편람'(2009년 8월) 때문. 편람에 따르면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특정 종교시설'은 도로명에 부적합한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이 때문에'XX교회길','OO절길' 등 문화재가 아닌 절이나 교회 등의 이름이 들어간 도로명이 이번에 새 이름을 달게 된 것이다. 이달 29일에 변경된 도로명이 고시가 되면 3년 동안 이름을 바꿀 수 없다.
대구시 토지정보과 관계자는 "새주소 사업은 지역 특색에 따라 난립하는 도로명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까지 새주소에 대해 이의 신청을 제기할 수 있었지만 고시가 되면 새주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새주소인 도로명 주소는 29일 전국에서 동시에 고시돼 법정 주소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단, 국회에서 '도로명주소법개정법안'이 발의돼 당초 올해 말까지 예정됐던 새주소와 기존 지번주소 병행 사용이 2013년 12월 31일까지 2년 연장됐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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