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논술 톺아보기] 죽음의 트라이앵글의 한 축, 대학별 고사 - AAT②

입력 2011-07-12 07:52:07

한때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른바 대학입학시험의 3가지인 '내신, 수학능력시험, 통합교과형 논술'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면 다른 분야에는 시간이 부족하기에 세 가지 모두를 준비하자니 모두가 죽을 지경'이라는 부담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지나친 표현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학입시는 수시2-1, 수시2-2, 정시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수시2-1에는 내신, 수시2-2에는 논술, 정시에는 수학능력시험이 가장 중요한 평가 전형 요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형식적으로만 생각한다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를 정해놓고 가장 적합한 방향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준비하면 될 것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를 준비해야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욕망이 진로가 빠진 진학과 만나서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인 셈이었다.

이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내신 성적의 객관성은 2009개정교육과정의 시행으로 벽에 부딪쳤다. 학기당 8과목 이내로 한정된 교과 수업은 이른바 집중이수제나 블록타임제의 실시가 불가피하게 되었다. 특히 집중이수제의 실시로 인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되던 평가시스템에 전반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서술형 평가의 확대도 이루어졌다. 내신의 객관적인 기준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지난주에 이미 말했지만 수학능력시험의 개편으로 수학능력시험의 중요성이 줄어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논술뿐인데 논술조차 축소하거나 폐지하라는 교과부의 요구가 거세다. 사실상 이러한 모든 정책은 여론의 요구와 직결되어 있다. 사교육이라는 커다란 문제에 대한 학교교육 보호 차원의 대책인 셈이다. 나아가 대학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겠다는 교과부의 의지와 결부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대학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나아가 대학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하는 기준들조차 기존의 수시모집에 활용했던 다양한 전형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대학별 고사는 논술만이 아니라 구술면접, 심층면접, 적성평가 등 다양한 형태로 실시되고 있다. 당연히 사교육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대한민국에서 사교육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바람직한 방향은 사교육을 양지로 끌어내어 교육의 미래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교육 기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문제풀이를 위한 기능만을 가르치는 거기에 있다. 한국에서 최상위의 성적으로 아이비리그에 진출하였지만 실패하는 이유도 대부분 이러한 교육의 폐해이다. 다양한 대학별 고사는 다양한 교육을 유도할 수도 있다. 당연히 사교육도 다양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논술을 준비하는 사교육, 구술면접 등을 준비하는 사교육, 적성고사를 준비하는 사교육, 대학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사교육. 아주 슬픈 풍경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금보다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긍정적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발표된 교육정책을 통해 미래의 환경을 판단한다면 대학별 고사는 필연적인 과정일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학생들이 지닌 지식을 단순 측정하는 1970년대의 대학별 고사와는 달라야 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사교육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고, 교육의 전반적인 흐름과도 결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론 대학별 고사를 대비한 교육들이 학교교육 안에서 모두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이것이 대학별 고사의 방향성을 정립하기 위한 전제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 교육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지니고, 같은 상황에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진 않는다. 당연히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도 사람마다, 집단마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교육정책담당자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바람직한 정책을 개발하고 여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을 개발하는 사람들의 교육적인 책무와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도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준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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