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을 일반인에게 좀 더 쉽게 전하고 싶어요"

입력 2011-07-11 07:00:09

독송용 불경 11권 펴낸 조현춘 경북대 교수

경북대 심리학과 조현춘 교수는 한글로 번역한 불경을 꾸준히 펴내는가 하면 한글 금강경 독송회를 열어 일반인에게 좀 더 쉽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경북대 심리학과 조현춘 교수는 한글로 번역한 불경을 꾸준히 펴내는가 하면 한글 금강경 독송회를 열어 일반인에게 좀 더 쉽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경북대 심리학과 조현춘(63) 교수는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전공과는 별도로 불교경전(불경)에 심취해 지금까지 불경을 총 11권 펴냈다. 2년 전부터는 한글 금강경 독송회를 열면서 일반인에게 좀 더 쉽게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조 교수는 "불경을 연구하면서 불경이 철저하게 과학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불경은 알기 쉬워야 한다

불경은 왜 어려워야 할까. 승려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는 불경이 필요 이상으로 난해하다. "불경은 80대 노인도 읽어줬을 때 알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불교를 설파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불경이니까요." 그런 의문에서 조 교수는 불경 번역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30여 년 전부터 조 교수는 동양 학문을 파고들었다. 당시 서울대에서 공부할 때 담당 교수가 서양 심리학에 매달리지 말고 동양 상담심리학을 연구해보라고 조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물질문명은 서양이 앞서지만 정신문화는 동양이 앞서 있기 때문에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이었다.

"조언을 구하고자 유교와 도교, 불교 등 각 종교의 이름난 식자들을 무작정 찾아갔어요. 하지만 그들을 만날 때마다 '이건 아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죠."

학자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들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했다는 것. 그런 생각은 동양 학문을 연구하면 할수록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래도 동양 학문이라 하면 불교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새롭게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불경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부처님 말씀이 모두 한자로 기록돼 있거나 한글로 번역돼 있더라도 단어끼리만 연결돼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학문적 차원에서라도 불경을 쉽게 한글로 번역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불경은 철저한 과학이다

조 교수는 불경을 연구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불경 첫 문장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가 보고 들었느냐'의 '다이아몬드 육하원칙'으로 구성돼 있었던 것. 일반적으로 아는 육하원칙의 요소 가운데 '왜'와 '무엇을'이 빠져 있다. 이에 대해 '왜'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이 아니고 추론이며 '무엇을'은 어차피 '어떻게'와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1999년쯤 저는 다이아몬드 육하원칙의 논리를 알아내고 처음 발견했다고 논문을 준비하면서 기뻐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불경 첫 문장이 다이아몬드 육하원칙으로 쓰인 것을 발견하게 됐지요. 그때부터 불경이 철저한 과학이라는 것을 깨닫고 한글 번역 작업에 더욱 매진하기 시작했죠."

조 교수는 불경을 하나 둘 출판하면서 한글세대를 위한 독송용 불경(금강경, 지장경, 관음경 등)을 총 11권 펴냈다. 특히 불경의 기본인 금강경에 대해 애착이 많다.

"시중에는 잘 만들어진 금강경 해설서는 많은데 잘 만들어진 금강경은 잘 없어요. 금강경이 있다 하더라도 원본 내용은 고작 20~30% 판독된 수준이죠. 제가 낸 책은 60~70% 판독이 돼 있죠. 내년 중에 90~95% 판독된 금강경 운문체를 펴낼 예정이죠."

한편 조 교수는 현재 한글 금강경 독송회를 1주일에 2차례 진행한다.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에는 경북대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는 불광사(대구 수성구 욱수동)에서 열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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