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2009년)는 한 많은 세상을 살아가는, 혹은 살아가야만 하는 상훈이라는 한심한 사내 이야기다. 우아한 왕벌은커녕 그럴듯한 땅벌도 되지 못한 채, 그저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시궁창이나 들쑤시고 다니는 말단 용역 깡패인 똥파리 신세다. '세상은 엿 같고, 핏줄은 더럽게 아프다'고 내걸린 절규처럼, 애증이 엇갈리는 아버지가 만기 출소를 하면서 빤할 뻔했던 이야기는 마구 뒤엉키고 뒤뚱거리기 시작한다. 아예 입에 달고 살던 욕지거리가 문득 다급한 비명인 양 들려오고, 천방지축으로 휘두르던 주먹질도 자꾸만 자학적인 몸부림으로 보인다. "진부하지만 깊고 둔탁한 맛이 있는 이 영화는 사실 올해 최고의 판타지 통속극이다.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은 주인공들의 선의(善意)다. 그러나 어쩌다 태어난 곳이 시궁창인지라 똥파리처럼 살 수밖에 없는 그들을 보면, 빤하지만 눈물이 난다"는 평론가의 잠긴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살아가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었던 엄마와 누이를 죽이고도 살아남은, 또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는 아비를 볼 때마다 발길질을 내지르면서 부르짖는다. 손목에 자해하고는 피투성이가 된 아비를 둘러업고 숨이 턱에 닿도록 응급실로 뛰어가면서 다시 울부짖는다. "왜 그랬어. 도대체 왜 그랬냐고?" 비슷한 아픔을 가슴에다 묻고 사는, 연희라는 맹랑한 계집아이를 불러 예의 위악적인 욕지거리를 주고받다가 꺽꺽 울음을 토해낸다. "왜 이렇게 되었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되어버렸느냐고?" 한 번만이라도 건네고 싶은 사랑한다는 말은 갈라진 울대를 통과하면서 매번 욕지거리로 비꾸러지고, 단 한 번이라도 다정한 손길로 마주 잡고 싶은데도 어깃장으로 종주먹이 앞선다.
이야기는 피똥 범벅인 똥파리가 제 허물을 벗고서 제법 알량한 나방을 꿈꾸던 순간에 결딴나고야 만다. 마지막 빚받이 갔던 날, 빚쟁이 아빠를 때리지 말라는 아이들의 눈물범벅 아우성에 새삼 눈길 주다가, 조카 녀석의 재롱잔치 약속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뒤돌아서는 상훈의 뒤통수를 누군가 내리친다. 어쭙잖게 약해진 꼬락서니에 배알이 꼴렸든지, 아니면 호시탐탐 노리던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였던 똘마니에게 말이다. 안팎으로 피투성이인 상훈을 묻고서 찾아온 짧은 평온, 뒤돌아 나오던 연희는 너무나 익숙하여 섬뜩한 풍경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울부짖는 노점상과 악다구니판을 벌이고 있는 사내, 그 사단을 일으킨 똘마니이자 친오빠의 얼굴로 상훈의 얼굴이 겹쳐져 보인다, 아주 또렷하게. 똥파리는 끈적거리고도 무척이나 끈질긴 놈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똥구덩이에 똥파리 꾄단다. 온 동네에 구린내 풍기면서 꽃나비 청할 염치는 없지 않은가?
송광익<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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