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ℓ 고민'… 음식물 종량제 시범 한달

입력 2011-07-09 08:34:01

대가족 "하루 3번 버려야해"…2인가구 "며칠 쌓아둬 냄새"

음식물 세대별종량제를 시범 실시중인 대구시 중구 대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100원짜리 동전을 투입한 뒤 음식물을 버리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음식물 세대별종량제를 시범 실시중인 대구시 중구 대신동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100원짜리 동전을 투입한 뒤 음식물을 버리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7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신동 태왕아너스 아파트 쓰레기수거장치 앞. 주민 허길숙(62'여) 씨는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20층 집에서 이곳까지 벌써 3차례나 왕복했다. 허 씨는 "음식물쓰레기를 운반하는 용기 용량이 너무 적어 예전엔 한 번 와도 될 것을 지금은 서너 번 버려야 해서 고역"이라며 땀을 닦았다.

대구 중구청이 지난달 7일부터 이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작한 '음식물쓰레기 배출 세대별종량제' 시범운영 한달 째. 주민들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용기가 너무 작아 불편하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가구당 3ℓ짜리 음식물쓰레기 용기를 한 개씩 지급받은 주민들은 수거장치에 매번 요금 100원을 넣고 버린다. 하지만 가구별 인원을 고려하지 않고 용기를 가구당 한 개씩만 지급, 식구가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가족이 9명인 강점노미(72'여) 씨는 "식구가 적은 가족은 용기 용량이 알맞겠지만 대가족은 하루 몇 번씩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나와야 한다"며 "가구별 인원에 따라 용기를 따로 줘야 한다"고 불평했다.

이때문에 비닐봉지 등 용량이 큰 용기에 음식물쓰레기를 담아와 한 번에 해결하는 주민들도 나온다. 결국 수거장치 투입구가 막혀 제작업체가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기계를 교체하기도 했다.

직장인 장모(32'여) 씨는 "바쁜 아침 출근시간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여러 번 왕복할 여유가 없어 편법을 썼다"며 "시범운영 기간 이후에는 용기 용량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음식물쓰레기가 적은 가구는 배출 요금 100원을 낭비할 수 없어 용기가 가득 찰 때까지 모아두는 불편을 겪고 있다. 주민 김이슬(31'여) 씨는 "부부 둘이서 살아 음식물쓰레기가 적은데 이전에는 바로바로 버렸지만 지금은 요금 때문에 모아서 버린다"며 "모아두면 악취가 나서 쓰레기를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했다.

이런저런 개선점이 있지만 일단 세대별종량제 이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줄었다. 중구청에 따르면, 이곳 아파트 단지의 음식물쓰레기 배출은 한 달 전에 비해 37% 줄었다. 하루 기준으로 5월에는 120ℓ 수거용기 5.5통이 배출됐지만 6월 들어 3.4통으로 줄었다는 것. 가구당 월 1천200원 정도 처리 비용을 줄인 셈이다. 게다가 쓰레기 배출 요금 100원 중 20원은 다시 주민들 몫으로 돌아와 환경 개선에 투입된다.

중구청 관계자는 "용기를 가구당 하나 씩 지급한 것은 음식물쓰레기 배출 감소를 유도하려는 취지"라며 "하지만 주민 불편을 감안해 용기 용량의 적정 수준을 파악해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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