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향인사] 김병영 현대증권 경영지원본부장

입력 2011-07-08 07:40:13

한 번 맺은 인연은 꼭 제 사람으로, 300여명에 편히 전화 가능 '영

현대증권 김병영(51) 경영지원본부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색바랜 신문 한 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2003년 7월 7일자 매일신문이었다. 8년이나 묵은 '골동품'이었지만 애지중지 간수한 듯 보관 상태가 괜찮았다.

"당시 매일신문에서 특집 기사로 '대구경북의 뉴 리더'를 다뤘습니다. 과분하게 저도 그 150명에 포함됐지요. 지금도 고향에서 주신 명예를 더럽히지 않도록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자신은 (대구경북을 떠난) 출향인사가 아니라 '지역인사'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현대증권 영남본부장을 지내다 2008년부터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 상무는 업계에서 소문난 '영업통'이다. 1987년 증권사에 첫발을 디딘 뒤 6년 만에 지점장을 맡았고, 2008년에는 동기 가운데 가장 먼저 샐러리맨의 꽃이라는 임원이 됐다. 줄곧 지방에서만 근무했던 탓에 서울 강남본부장으로 발탁됐을 때에는 사내에서조차 우려의 시각이 있었지만 '대구 싸나이'의 뚝심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영업의 기술에서는 자신 있었지만 인적 네트워크가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온갖 모임에 꼬박꼬박 나가고 한 번 맺은 인연은 공을 들여 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술은 못하지만 사람 사귀는 것은 좋아하거든요. 편하게 전화할 정도로 가깝게 사귄 분이 300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성공은 타고난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무한 노력'의 대가였다. 영업맨으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뛰면서도 영남대(행정학)'경북대(경영학)에서 잇따라 석사 학위를 받는 등 자기계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제 별명이 '세븐 일레븐'(7-11)이에요. 지금도 아침 7시 이전에 출근해 신문들을 정독한 뒤 일과를 시작합니다. 현장 영업 대신 인사'총무'인재 개발 등 경영에 직접 관여하다 보니 알아야 할 게 무지 많습니다. 대신 내세울 만한 취미 한 번 못 가져봤지만요."

그는 원래 공직을 꿈꿨다고 했다. 옛 전매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던 선친의 영향이 적지않았다. "성격이 내성적인 편이었어요. 그래서 교직이나 공직이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해 고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졸업 무렵 자본자유화가 되면서 증권사가 인기 직장으로 떠올랐고 저의 인생과 성격도 바뀌게 됐습니다."

그는 고향 후배들에게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대구사람에 대해 보수적이다 뭐다 안 좋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의리 넘치고 정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패배의식은 버려야 할 것 같아요. 저도 서울 근무가 두려웠지만 이젠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다만 철저한 준비는 필수입니다. 대구 고객들은 '알아서 굴려줘'라고 얘기하지만 서울 고객들은 저보다 투자 정보가 더 많아요."

그는 대구 토박이다. 지금도 대구 범물동에 자택이 있고, 보름에 한 번꼴로 대구를 찾는다. 친척'지인의 경조사도 빼놓지 않고 챙긴다. CEO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룬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후배들에게 '인생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다. 동인초교, 영신중, 대륜고를 거쳐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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