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무엇이 젊은이들의 가슴을 이토록 끓게 했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등록금 부담은 4년 내내 발목을 잡는다. 하루 종일 서너 군데 아르바이트를 뛰어도 학비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고액의 등록금이 이 시대 청춘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어느 잡지에서 학원 건물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의 얘기를 읽으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땅의 많은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처음엔 장학금을 받겠다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적도 있었지만 고작 과에서 두어 명밖에 주지 않는 장학금을 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결국은 다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그 속사정도 모르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핀잔을 주는 어른들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이 같은 대학생들의 절박한 사연이 우리 정치권을 움직였다. 여야는 너도나도 각종 대학 등록금 인하정책들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학 등록금이 1천만원에 육박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1980년대 민주화와 더불어 정치권이 나서서 전국적으로 대학을 신설하고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일종의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 내놓는 정치권의 해법 또한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이어서 참으로 우려스럽다.
사학의 등록금 의존형 구조를 방치한 채 등록금 인하만 강조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대학 교육의 질에 상응하는 등록금 구조부터 우선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지원금을 오히려 부실 대학들을 건재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헛돈 쓰는 격이 아니겠나. 특히 정부가 원샷에 몇 조원을 투입해서 반값을 만들 경우, 엄청난 부작용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예산이 투입되는 동안은 구조조정이 어려운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등록금 완화로 인한 수혜자가 개인이므로 반대한다는 일부의 시각은 사실상 단선적인 해석이다. 대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하게 되면 개인도 발전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도 발전한다. 이는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며 그 수혜자는 넓게 봤을 때 곧 우리 사회 전체이다. 따라서 등록금 완화는 국가와 사회, 기성세대의 몫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가 지원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 정치권은 5조원 정도의 예산이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고 외치지만 문제는 금세 다른 곳에 주름살이 가고 만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선심경쟁으로 부실 사학들이 덕을 보고, 성실한 납세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이례적으로 감사원이 대학의 원가를 따져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대학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그만큼 등록금 문제가 국민적 현안으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감사원 발표 직후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 등록금의 10∼15%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고무적이다. 등록금 원가구조가 명확히 밝혀지면 재정 운용이 방만하고 부실한 대학을 가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감사로 인해 사학에 면죄부를 주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지만, 등록금 문제를 대학에만 일방적으로 떠넘겨서도 안 될 것이다. 결국은 정부와 대학이 한 발씩 양보해 해법을 강구해야 할 문제다. 대학의 자구 노력이 선행되고 정부 재정지원이 뒤따를 때 안정적인 등록금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중근(구미 탑정형외과연합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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