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미술관'…이우환 미술관 명칭 확정

입력 2011-07-07 10:00:02

세계적 거장 전시실 마련…'현대 미술의 허브' 청사진

이우환(왼쪽) 화백과 안도 다다오가 두류정수장에서
이우환(왼쪽) 화백과 안도 다다오가 두류정수장에서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이제 이우환미술관이 아닙니다.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라고 불러주세요."

이우환미술관으로 불리던 미술관의 이름이 '만남의 미술관'으로 확정됐다. 이는 대구시가 추진 중인 미술관이 자칫 개인 미술관으로 비칠까 우려한 이우환 화백의 의견을 따른 것이다. 이 화백이 제안한 '만남'은 세계적 거장들과의 만남, 그리고 현대미술과 관객과의 만남, 공간과의 만남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구시도 앞으로 '만남의 미술관'이라고 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힘을 합쳐 세계에 없는 형태의 새로운 미술관으로 만들어 봅시다." 6일 오전, 만남의 미술관 건립 후보지인 두류정수장과 성당못 인근 부지를 함께 둘러본 세계적인 거장, 이우환 화백과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세계 그 어디에도 없는, 세계적인 미술관의 청사진을 그렸다. 이우환 화백은 자신뿐만 아니라 세계적 거장으로 손꼽히는 현대미술가 10여 명을 위한 전시실을 미술관에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 화백은 그동안 구상해온 미술관의 콘셉트를 직접 도면을 그려가며 안도 다다오에게 설명했다. "각 작가의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는 방을 만들어, 방 하나에 한 명의 작가를 모실 계획입니다. 한국 작가들 방도 있고요. 10여 개의 작가 공간을 비롯해 상설 전시실, 기획전시실 등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일본 나오시마 미술관의 건물 면적이 1천300㎡쯤 되니, 최소 이 미술관의 규모는 4배 이상이 되겠습니다."

두 거장은 물 흐르듯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빈터에서 미술관의 앞날을 그렸다. 두 사람은 일본 나오시마의 이우환미술관도 함께 작업했으며, 이우환의 작품 세계를 건축에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화백은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생각이 물 흐르듯 통하고 있어 남들은 생각할 수 없는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안도 다다오에 대해 "누구보다 현대미술 작가를 잘 이해하는 건축가"라고 말했다.

안도 다다오는 두류 정수장 부지의 경사면이, 성당못 인근 부지의 움푹 꺼진 땅과 야트막한 언덕의 대비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 부지로 평탄한 땅이 효율적이겠지만 개성 있는 미술관을 위해서는 이처럼 경사가 있는 땅이 좋다"고 덧붙였다. 그는 3만3천㎡ 부지에 6천600~1만여㎡ 규모의 미술관을 구상하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대구시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현대미술을 공부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곳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 올 텐데,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너무 슬픈 이야기죠. 그게 현대 미술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구가 현대미술의 중심, 허브가 된다는 자부심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 화백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나오시마를 보면 그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바라보다 보면 결국 알게 된다는 것을 나오시마에서 느꼈어요." 이우환 화백은 끝으로 재미있는 말을 남겼다. "쓸데없는 것을 좀 전시해야 하지 않을까요? 쓸데있는 것만 해서는 재미가 없으니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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