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열받아 더 덥네"…실내온도 제한에 소비자 반발

입력 2011-07-06 09:31:06

땀 흥건한 손님에게 옷입어보라 못 권하고…

정부의 실내 온도 제한 조치로 유통업체들이 더위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특히 의류 매장은 판매 격감에 울상을 짓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정부의 실내 온도 제한 조치로 유통업체들이 더위와의 전쟁을 하고 있다. 특히 의류 매장은 판매 격감에 울상을 짓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5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한 백화점 의류매장. 냉방기가 가동 중이지만 손님들은 백화점 안에서도 계속 손부채를 흔들고 있었다.

몇몇 손님들은 땀이 나는지 이마를 닦아 내렸다. 옷을 구경하던 손님들은 점원의 "한번 입어보세요"라는 말에도 이 옷 저 옷을 들춰보기만 하다 매장을 떠났다.

매장점원은 "겨울에 비해 옷을 입어보는 손님이 반도 되지 않는다"며 "나도 더운데 걸어 다니며 구경하는 손님들은 더 덥지 않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통업계가 정부의 대형건물 냉방온도 26℃도 제한 때문에'온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체의 건물 내부가 더워 손님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실내 온도를 26도로 제한하고 있으며 '권장 기간'을 거쳐 11일부터 내달 27일까지는 수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한여름에도 시원하다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은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또 소비자들의 불만은 곧 방문객 감소와 판매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의류 매장이 많은 백화점이 가장 울상을 짓고 있다.

덥다며 옷을 입어 보지 않는 손님이 많아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땀을 흘린 손님이 입어 본 옷은 다시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관계자는"손님이 입어본 옷이 10벌이라면 3, 4벌 정도는 못쓰게 된다"며 "특히 남성의류 판매자들은 '입어보라'는 말을 하기 겁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는 손님들의 불쾌지수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매장 내에서도 특히 사람들이 밀집되는 계산대에서는 손님들이 가장 예민해진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날씨까지 더워져 화를 내는 손님들도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선식품 매장은 냉장시설 때문에 시원한 편이지만 계산대 근처는 상당히 더운 편"이라며 "계산을 하다 직원이 사소한 실수를 해도 큰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유독 여름에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정부의 온도 제한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여름철 전력난 극복이라는 뚜렷한 명분이 있는데다 과태료가 300만원이나 되는 탓이다. 심지어는 냉방기를 거친 공기가 아닌 환풍기에서 나온 공기가 23~24도 정도일 경우 오히려 난방을 해야할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긴다.

유통업체들은 손님을 달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백화점들은 매장 피팅룸에 미니 선풍기를 설치해 최대한 시원하게 만들고 있다. 마트에서도 계산대 위쪽으로 바람이 나오도록 설치해 손님들의 불쾌지수를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력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일시적으로 사용량만 줄이려 소비자와 유통업체의 목만 조르고 있다"며 "손님들이 최대한 시원한 쇼핑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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