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박근혜' 인물難 풀었다…최고위원 2위 유승민

입력 2011-07-05 10:30:22

대구경북 정치권에서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진 않지만 가장 큰 문제는 '포스트 박근혜'가 없다는 점이었다. 수도권 의원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때 지역 의원들은 박근혜라는 큰 인물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승민 최고위원의 깜짝 등장은 인물에 목말랐던 지역 정치권에 단비를 내렸다는 평가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난 유 최고위원은 패배 후 '정치적 칩거'에 들어갔다. 그 스스로 "정치적으로 자폐증을 앓았다"고 밝힐 정도다. 하지만 4'27재보선 패배로 당의 위기가 밑바닥을 보이자 '박근혜 지킴이'이자 '비수도권 대표주자'로 나서 예상밖 성과를 거둬들였다.

유 최고위원은 '2위권 입성'이라는 정치적 의미에 대해 "홍준표 당 대표 역시 영남권과 친박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니 지방과 친박계에 부담을 가지리라 생각한다"며 "너무 나서지 않고 협력하면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칩거에서 문밖으로 나선 것은 유 최고위원이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한나라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맡으면서다. 동남권 신공항과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 '올인'한 시간이었다. 그는 수시로 지역 의원들을 모았고, 전략을 짜고, 길목을 지켰다. 하지만 두 국책사업 유치에 모두 실패하자 시당위원장 연임에 대해 스스로 "잘한 일이 없다. 다른 분이 맡아야 한다"며 물러났다. 하지만 '재칩거'라는 예상을 깨고 당권에 도전했다.

이번 전대 과정에서 상당수는 "유승민이 이런 사람이었나"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감세 중단은 물론 복지, 교육, 보육, 등록금, 청년실업,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대형소매점과 SSM 규제, 골목상권 지키기 등 그가 내놓은 정책은 보수정당이 이야기하기에는 껄끄러운 진보 색채가 강했다. 가장 '민주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유 최고위원은 "보수의 영역 확장이 필요하다"며 '용감한 개혁'을 부르짖었고 당심과 민심을 얻어냈다. 친박계 단일후보라는 강점도 있었지만 모두가 내년 총선 승리를 외칠 때 정책을 이야기하며 여론조사에서도 9.5% 지지라는 예상 밖 성과도 끌어냈다. 불과 보름 만에 전국적 인지도를 박진, 권영세 등 수도권 출신 의원보다 높인 것이다.

'정치인 유승민'의 승부는 이제부터다. 대권에 가장 가까웠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박 전 대표를 근거리에서 보좌했지만 모두 실패한 꼬리표를 갖고 있는 '참모형' 정치인이 출발점이다. 이제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친박계 대표로 해묵은 계파 갈등을 없애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가야 하는데도 앞장서는 한편 '박근혜 지킴이' 역할도 제대로 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