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들여다보기] 창작뮤지컬의 과제와 전망(4)

입력 2011-06-30 14:43:31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 정서 담은 창작물로 해외진출 필요

국내 뮤지컬 관계자들은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이 어느 정도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제작자들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제 해외시장 개척이 국내 뮤지컬계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문화의 독창성, 우수성과 함께 세계인의 기호에 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한국적 소재라는 독창성을 살리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목표로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지 파트너와의 공동기획 또는 공동제작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높은 수익성과 문화적 파급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창작뮤지컬 콘텐츠 개발과 창작뮤지컬의 해외진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창작뮤지컬 '달고나' '사랑은 비를 타고'가 일본에 정식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하였고, 에이콤이 만든 창작뮤지컬 '영웅'도 '명성황후'에 이어 오는 8월 브로드웨이 입성을 앞두고 있다. 한국배우들이 출연하는 창작뮤지컬 '궁'이 현재 일본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에 있고 10월에는 '미녀는 괴로워'의 일본 초청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미녀는 괴로워'는 창작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공동제작 형태가 아닌 전매 형태로 일본에 수출되는 케이스. 이번 공연의 성과에 따라 라이선스 판매가 성사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딤프 개막작 '투란도트'가 중국과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이전에 '지킬앤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등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을 일본에 재수출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수익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창작뮤지컬의 일본과 중국 시장 진출은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 설앤컴퍼니가 제작한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이 음악을 맡는 등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아티스트들의 공동 창작형식을 통한 세계시장 진출 모색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 가운데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 검증된 원작을 기반으로 한 한류 콘텐츠를 토대로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창작뮤지컬 제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POP을 앞세운 창작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귀여니의 소설이 원작으로, 강동원 주연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로 선보이게 된다. 이 작품은 HOT, SES, GOD 등 1세대 한류 아이돌의 히트송을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 일종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이외에도 드라마(환상의 커플, 파리의 연인)를 비롯해 영화(과속스캔들, 공동경비구역), 소설(엄마를 부탁해) 등 다양한 원작들이 뮤지컬로 옷을 갈아입는다. 이 작품들 대부분이 일본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뮤지컬도 한류라는 꿈의 무대를 향해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뮤지컬이나 라이선스 뮤지컬 중심의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창작뮤지컬로 해외진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시도들 가운데 해외진출 가능성을 놓고 보자면 한류와 접목한 창작뮤지컬이 가장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완성도가 선행된다는 전제하에서 한류 열풍과 창작뮤지컬 콘텐츠가 만난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이 수입 대형뮤지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다면 이제 앞으로 10년은 경쟁력 있는 창작뮤지컬의 적극적 발굴과 해외시장 개척에 한국뮤지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랜 노하우와 천문학적인 제작비의 규모로 볼 때 우리가 당장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앤드에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아직 벅차 보인다. 그러나 세계적 보편성에 바탕을 두면서 독창적인 한국적 정서를 구현한 창작 뮤지컬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워 접근할 경우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기적도 가능하지 않을까.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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