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레저 도시 문경에도 산속 오지마을은 있었다

입력 2011-06-29 07:33:12

운달계곡·명전1리 '오지 탐험'

경북지역 제일 위쪽에 위치한 문경은 휴양 및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언뜻 떠올려도 문경새재, 산악바이크, 승마장, 클레이사격, 철로 자전거, 패러글라이딩, 사계절 썰매장, 새재스머프마을, 기능성 온천, 석탄박물관 등 문경만의 특화된 레저시설 및 관광지들이 많다. 여기에 불정자연휴양림엔 타잔처럼 숲속을 이동하는 신개념 레포츠인 짚라인(zip line)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넓디 넓은 문경에는 이런 곳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알려지지 않은 계곡이나 오지마을도 많다. 그래서 2박 3일 일정으로 무작정 문경 땅을 이곳저곳 밟아봤다. 극과 극 체험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해줬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아서 지역민들의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곳이 있는 반면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해 청정한 자연경관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도 있다. 특히 문경의 한 오지마을은 이상하게도 충북 단양군을 거쳐 들어가야 한다. 한국전쟁도 피해간 오지라고 해 찾아가보니 전쟁 때 피해는 있었단다.

◆전나무 숲이 멋진 운달계곡 트레킹

금요일인 이달 3일 저녁 무렵 문경에 도착했다. 1박은 불정자연휴양림에서 했다. 이곳은 4년 전부터 문경시에서 위탁받은 문경관광진흥공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여름 휴양지로서는 제격이다. 성수기여서 예약이 많이 돼 있지만, 예약 취소도 많아 운이 좋으면 1박을 할 수 있다. 운치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문경 약돌돼지를 숯불에 구워먹으면 꿀맛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레저 취재를 위해 전나무 숲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운달계곡을 찾았다. 주소는 경북 문경시 산북면 김룡리 396번지 일대다. 트레킹 장소로는 '강추'할 만하다. 계곡이 1급 청정수처럼 맑은데다 계곡 주변의 경관이 너무 좋다. 1시간 남짓 올라가다 보면 운달산 아래 천년고찰 김룡사가 나온다. 잠시 쉬어가면 좋다.

이 운달계곡은 전나무뿐 아니라 소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등 온갖 종류의 오래된 나무들이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계곡을 따라 늘어서 있는 수령 200~300년의 쭉쭉 뻗은 전나무들이 세상 근심을 싹 가시게 해준다. 혼자 왔다면 이곳에서 사색에 빠져도 좋고, 조용히 음악을 감상해도 좋다.

운달산 정상 부근에서 내려오는 냉골은 밀양의 얼음골에 비견될 정도로 서늘한 곳이다. 이곳에선 한여름에도 초겨울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비가 온 이날은 등산객이 거의 없었는데, 계곡에 온몸을 살짝 담그니 자연인으로 돌아간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7, 8월엔 운달계곡 캠핑장도 운영된다.

##TIP

내비게이션 검색어 '김룡사' 또는 '김용사'. 가는 방향: 북상주 IC-오동교차로-윤직교차로-경서로-단양'산북 방면-운달로-김용삼거리-김용길-김룡사. 먹을거리: 문경은 약돌돼지고기, 묵조밥, 골뱅이국(다슬기국) 등으로 유명하고, 문경 특산물인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한과, 오미자 맥주, 오미자 주스도 좋다. 주변 볼거리: 고즈넉한 고찰인 대승사가 있다.

◆오지마을 '명전1리'

점촌JC 권순태 회장(6대째 문경 거주)과 4일 점심을 함께하면서, 봉화'영양 못지않은 오지가 문경에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그리고 이내 발길을 그쪽으로 옮겼다. 전쟁도 피해간 오지 중 오지라는 말에 왠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분위기가 떠올랐다. 30가구 정도만 살고 있는 산속 마을이란다.

과감하게 문경 오지탐험을 결정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역시나 이상했다. 단양 쪽 59번 국도로 한참을 가니 실제 단양군 대강면이 나타났다. 한참을 단양 쪽으로 더 가니 이젠 단성면이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벌천삼거리라는 곳에서 평전교라는 작은 다리를 지나자 다시 문경시 동로면이었다. 문경시와 단양군의 경계가 어떻게 돼 있기에 이럴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시 오지마을 '명전1리'까지는 10㎞가 넘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니 오미자 특구 마을이 나왔다. '명전2리'인데 상대적으로 덜 오지다. 펜션도 있고, 민박집도 있고, 오미자를 재배하는 가구는 제법 살 만하단다. 오지마을 '명전1리' 역시 주수입은 오미자와 밭에서 키우는 특용작물들이었다. '명전1리'에서 숙박은 불가능하다. 단지 이런 오지마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산속 오지마을인 이 '명전1리'는 산 속을 따라 4곳에 5~8가구씩 살고 있다.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들어 70세는 청년 축에 속한다. 80세를 넘은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우중에도 밭을 갈고 있는 주민 정인옥(72) 씨에게 '전쟁도 피해 갔느냐'고 묻자, "아이고! 뭔 소리하요? 그때 내가 12살이었는데 가축 다 뺏기고, 집이 불타고 그랬는데"라고 말했다. 충북을 거쳐 나오는 문경의 오지마을은 분명했는데, 결국 '웰컴 투 동막골' 같은 마을은 아니었다. 마을 이장집을 찾아가자 인심 좋게 들어오라며 제법 도시풍의 커피를 맛보게 해줬다.

##TIP

내비게이션 검색어 '명전1리 경로당'. 가는 길: 59번 국도(단양 방향)-단양군 대강면-단양군 단성면-문경시 동로면-10분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명전1리' 도착. 주변 볼거리: 월악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함께, 도자기를 좋아한다면 '명전1리'로 가는 길에 위치한 단양군의 방곡도예촌에 들러도 좋다.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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