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자랑부터 나서는 경찰

입력 2011-06-24 10:35:08

봉화 소천면 국도 35호선에서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20여 일이 지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고 오리무중이라는 본지 보도(21일자 4면 보도) 와 관련, 봉화경찰서는 하루도 안 돼 언론에 유력한 용의자로 김모(40'칠곡군) 씨 검거 소식을 전하며 사건 발생 24일 만의 쾌거라며 자화자찬을 했다. 김 씨가 조사를 받던 중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일체를 자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지 기자가 취재한 결과 봉화경찰서는 용의자에 대한 구체적 증거나 신병처리 없이 자백을 했다는 이유로 검거 소식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백을 받아냈다. 하지만 긴급체포를 하거나 입감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해 불구속 상태에서 차량 혈흔을 채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에 조사를 의뢰하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 등을 벌일 계획이다. 정황 증거가 확보되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 현재 차주와 약속이 안 돼 혈흔 채취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확보된 용의자의 진술과 차량 바퀴자국, CCTV 자료 등을 종합해 볼 때 트랙터 또는 트레일러로 특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CTV는 차종 식별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사고 현장 차량 유류물은 전혀 없다. 트랙터(농사용)인지 트레일러(화물차)인지도 정확하게 구별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범인을 검거했으면 증거를 확보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든지, 긴급체포를 한 후 범죄 사실을 언론에 공포하는 것이 수사 원칙이 아니겠느냐"며 "우선 언론에 검거 소식부터 전하고 추가 수사를 벌인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자칫 용의자에 대한 명예 훼손과 피의사실 공표, 수사자료 유출 등으로 인해 자칫 수사에 어려움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자칫 미제에 빠질 뻔한 사건이 해결됐다면 고인이나 유가족뿐만 아니라 경찰과 지역 주민 모두가 반길 일이다.

하지만 마녀사냥식 수사는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칫 경찰의 섣부른 면피성 홍보행정이 뺑소니 사범 검거에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회2부 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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