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도시, 대구] 도심의 오아시스 분수, 160여개 갖춰 전국 최다

입력 2011-06-23 14:54:24

분수! 도심 속 빌딩사이 길바닥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도심 속의 오아시스다.

대구는 분수 도시다. 수성유원지와 월광수변공원에는 전국 최고 수준의 음악영상분수가 매일 밤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상쾌한 음악에 맞춰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와 화려한 불빛의 조화다. 물줄기가 춤을 춘다. 불빛이 춤을 춘다. 화려한 물놀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밤에 생동감과 화려함을 선사하는 영상음악분수쇼는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물론 더위를 날려준다.

◆대구는 분수의 도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아름다운 대구의 분수를 감상하세요."

대구시는 오는 8월 열리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기간 동안 분수쇼를 펼친다. 특히 마라톤코스 주변에 있는 대구과학고 미디어 벽천(壁泉)과 수성유원지의 영상음악분수 등은 야간에 연장 운영해 아름다운 대구의 도시 미관을 연출한다.

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경기장 주변뿐 아니라 대구시 전역의 주요 공원과 유원지, 조경지, 교통섬 등에 설치한 분수, 폭포 등 수경시설을 일제히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의 분수시설은 160여 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모든 분수를 가동하면 대회에 참여하는 선수들과 관광객들에게 한여름의 무더위도 식혀주고 분수의 도시인 대구시의 진면목을 한껏 자랑할 수 있다.

◆분수의 역사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분수가 생겨난 최초의 배경도 산소를 공급해 고여 있는 물을 움직이게 하면 물이 정화된다는 원리다. 고대 그리스 광장 아고라는 분수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샘 자체를 신성시한 고대 그리스인은 샘 위에 분수를 만든 후 그 주위에 신전과 공공건물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은 르네상스를 맞이한 이탈리아로 이어진다. 아예 광장설계의 하나로 분수에 큰 비중을 둔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 조각상을 이용한 장식적인 요소도 더욱 가미됐다. 바로크 시대를 지나면서 예술적으로 뛰어난 분수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현대에 들어와서 분수는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가꾸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고 있다. 주변의 온도를 평균 2~3℃ 내려주고 가습 기능과 미세먼지 제거 효과까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분수의 도시 로마-트레비 분수

세계 최고의 분수 도시는 300여 개의 분수를 내뿜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다. 한때 인구 150만 명에 달했던 로마제국은 물길을 내기 위해 14개의 고가수로를 건설했다. 이로 인해 물이 풍부해지자 도시 곳곳에 물 공급과 정화를 위해 분수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로마의 분수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이탈리아 로마 폴리 대공의 궁전 정면에 있는 '트레비 분수'다. 교황 클레멘스 13세의 분수 설계 공모전을 통해 만들어졌다. 니콜라 살비가 설계하여 1732년에 착공해, 높이 25.9m, 너비 19.8m 규모로 31년 만인 1762년에 완성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영화 '로마의 휴일'에 출연해 더욱 유명해졌다.

트레비 분수의 중앙 조각상들은 흰 대리석 작품이다. 개선문을 본뜬 벽화를 배경으로 거대한 한쌍의 반인반수(半人半獸)의 해신(海神) 트리톤이 이끄는 전차 위에 바다의 신 넵투누스상(像)이 거대한 조개를 밟고 서 있는 모습이다. 주위의 거암거석(巨岩巨石) 사이에서 끊임없이 물이 흘러나와 연못을 이룬다. 이 연못을 등지고 서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다는 민속신앙이 있어 관광객들은 기념으로 동전을 던져보기도 한다.

◆한국의 분수

우리나라는 20세기에 들어와서 분수가 곳곳에 만들어졌다. 서양처럼 전통이 있거나 활발하지는 못하다. 그것은 자연을 숭배하고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풍습에 의한 조경사상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을 향해 용출하는 것에 반해, 땅으로 떨어지는 낙수, 즉 폭포의 개념이 강해서 물의 처리를 올라가게 하는 것보다 내려오게 하는 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 폭포의 설치는 동양적인 전통조경 사상을 표현하는 설치물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국의 도시마다 조경의 일환으로 다양한 분수를 설치하고 있다. 그 중 대구가 대표적인 도시이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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