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장가계·몽골대초원이 한곳에? 와~ 중국 비경의 종합선물세트네!

입력 2011-06-22 07:22:58

중국 백석산, 공중초원 트레킹

운해에 가려진 백석산 풍경. 현지인들은 백석산이 황산의 기묘함과 장가계의 수려함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운해에 가려진 백석산 풍경. 현지인들은 백석산이 황산의 기묘함과 장가계의 수려함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북경의 용경협을 연상케 하는 백석산의 협곡.
북경의 용경협을 연상케 하는 백석산의 협곡.
지평선을 이룬 공중초원 풍경. 여름부터 10월까지 초원엔 야생화가 꽃물결을 이룬다.
지평선을 이룬 공중초원 풍경. 여름부터 10월까지 초원엔 야생화가 꽃물결을 이룬다.

중국의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은 36개. 자연, 문화, 기록, 무형(無形)…. 넓은 면적만큼 종류, 형태도 다양하다. 중국 정부에서 지정한 풍경구(우리나라 국립공원)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수천을 헤아린다. 그 중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장가계, 황산, 만리장성, 용경협, 상해쯤 될까. 이번에 소개할 래원(?源)현의 백석산(白石山, 2,096m)은 중국의 대표적 관광지를 함축해 놓은 특징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이를테면 중국관광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까. 3박 4일 일정 속에 비호곡, 공중초원(空中草原), 만리장성, 이수호 일정이 짜여진다. 황산'장가계, 내몽골의 대초원, 용경협의 협곡을 모두 모아 놓은 듯한 차림이다. 중국 비경의 축소판 백석산으로 떠나보자.

◆여름 평균기온 21.7℃, 피서지로 인기=백석산은 하북성 래원현에 위치해 있으며 북경서 200㎞쯤 떨어져 있다. 지대가 800m급 고원인데다 태항(太行)산맥의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여름 평균 기온이 21.7도 밖에 오르지 않는다. 이런 기후 특징 때문에 옛날부터 랭성(冷城)으로 불렸다. 근래에 세계지질공원, 국가4A급유람풍경구로 지정되면서 북경 외곽 피서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공중초원으로 향하는 길은 옛 마방차도(馬幇茶道)가 나있던 길이다. 운남성 보이현(縣)에서 생산된 차가 사천-섬서-하북을 거쳐 북경으로 들어오는 8천 리 길이었다. 지금도 래원 주변엔 마방들을 위한 객잔(客棧), 식당시설이 남아있다.

태항8경 중의 하나인 비호곡(飛弧谷)도 지난다. 비호곡은 '여우가 계곡 사이를 날아다닌다'는 뜻. '용경협이 꼬리를 내린다'는 협곡 비경에 취해 셔터를 눌러댄다. 가이드가 한마디 거든다. "저기 있잖아요. 메모리 아끼세요."

비호곡을 빠져나오면 차는 고원으로 바삐 달린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산은 초원을 펼쳐 놓기 시작한다. 해발 2천m 고지에 어떻게 이런 초원이 형성되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가는 길에 가끔씩 양떼와 만난다. 양떼가 차도를 건너기라도 하면 꼼짝없이 무리 속에 갇혀 있어야 한다. 문명과 원시의 충돌? 차도(車道)와 양도(羊道)의 역전, 초원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공중초원 뒤덮은 야생화 '환상의 컬러 카펫'=드디어 초원 정상. 공중화원 현판이 일행을 막아선다. 공중초원은 지각운동이 빚어낸 마술로 현지에서는 '중국의 알프스'로 통한다. 서늘한 초원의 냉기에 놀라 서둘러 긴팔 옷으로 갈아입는다.

파노라마로 펼쳐진 풀밭, 한가로이 뛰노는 말들, 초원을 뒤덮은 야생화 물결. 초원은 한편의 시(詩)였다. 초원엔 6월부터 양귀비, 솜털꽃, 민들레가 채색(彩色) 양탄자를 펼쳐 놓는다. 이렇게 시작된 개화는 10월 말까지 모두 10여 번의 컬러 카펫을 연출한다. 4개월 동안의 꽃들의 릴레이, 트레커들은 상상만으로도 끝없는 감성 모드에 빠져든다.

공중초원은 남과 북 두 곳으로 되어 있고 모두 트레일로 연결된다.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마차나 도보로 초원을 돌아볼 수 있고 초원에서 양꼬치구이를 곁들여 간단한 여흥을 즐길 수 있다.

초원에서의 감동은 바로 산으로 이어진다. 초원을 오르던 길에서 1시간쯤 거리에 백석산풍경구가 자리 잡고 있다. 백석산은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태항산맥의 서쪽에 솟아 있다. 높이는 2,096m로 세계지질공원, 국가4A급유람풍경구 등 모두 4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백석산은 황산의 기묘함과 화산(華山)의 험준함, 장가계의 수려함을 모두 갖추었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엄청난 예산을 들여 북경 근교의 명산으로 개발하고 있다.

해발은 2,000m급이지만 도시 자체가 800m급인데다 케이블카가 1,500m까지 연결돼 체력에 큰 무리는 없다. 물론 마니아들을 위한 7시간짜리 코스도 준비돼 있다.

승강장에서의 불볕더위는 도착할 때쯤 어느새 1, 2도쯤 내려가 있었다. 고도를 500~600m쯤 높인 탓이다. 드디어 산길로 접어든다. 등산로는 대부분 돌계단이고 황산처럼 협곡을 둘러가며 잔도(棧道)를 내놓았다.

500여m 계단을 걸어 비운구(飛云口)에 올라선다. 순간 발밑으로 기암, 기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영화 '아바타'에서 보았던 협곡, 기암들이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

이 봉우리들은 지각작용에 의해 융기된 대리석층이 11억 년 동안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생겨난 것들이다. 계량조차 힘든 오랜 세월들…. 갑자기 시간 속에서 미아(迷兒)가 된 기분이다.

백석산의 '속살'까지 헤집고 싶다면 비운구에서 쌍웅사(?雄?)로 이어지는 트레일을 타면 된다. 이 코스는 2.6㎞에 약 2, 3시간이 소요된다.

◆황산'장가계'화산을 합쳐 놓은 듯한 비경=이제 일행은 다시 불광정(佛光頂)으로 향한다. 더위에 파김치가 된 일행을 중간에 남겨두고 혼자 정상에 오르기로 했다. 꼭대기까지는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다. 30분 고투 끝에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비로소 한눈에 들어온 백석산의 스펙터클. 실루엣으로 일렁이는 수많은 봉우리 앞에서 말을 잊는다.

인증샷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 드니 정상석은 없고 '太行之首'(태항지수)라고 음각된 거석이 버티고 서있다. 태항산맥의 우두머리 봉이라는 뜻이다.

정상에서 비경을 렌즈에 담고 하산 길로 접어든다. 어느덧 석양이 서쪽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황혼에 물든 산, 산은 또 한 번 붉은 파스텔톤으로 일렁인다. 산을 떠나는 발길이 못내 아쉽다. 시간에 쫓겨 '은밀한 내부'에는 얼씬도 못했다. 그러나 일순(一瞬)만으로도 감동은 컸다.

 '명산들의 축소판'이라는 별칭은 그저 수식어일 뿐 백석산은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더구나 주변에 공중초원, 비호곡, 장성(長城) 같은 명품 조연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산의 가치는 점점 커질 것이다.

글'사진 한상갑기자 arira6@msnet.co.kr

취재지원=대구혜초여행사 053)25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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