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중퇴' 10년새 2배 늘었다

입력 2011-06-20 10:30:32

비싼 등록금 좁은 취업문 대학 졸업장 포기…사립대마다 매년 1천명 포기

치솟는 등록금 부담때문에 대학생들의 학업포기자가 늘고 있다. 집안 기둥뿌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해도 좁은 취업문으로 희망을 잃은 대학생들이 졸업장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사립대에 다니는 K(24)씨는 "좁은 취업문과 비싼 등록금때문에 학업을 계속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 등골 빠지는 등록금, 희망이 없다

지역의 다른 사립대에 다녔던 김민철(가명·24) 씨는 지난해 가을 학교를 그만뒀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등록금과 병원비 부담이 겹쳤기 때문. 김씨 어머니는 아버지와 이혼한 뒤 고깃집에서 일하다가 쓰러졌고, 지금은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김씨는"어머니 기저귀와 물티슈 사는 것도 부담스러운 처지에 대학은 사치다. 여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라서 나중에 대학에 가야하는데 지금 형편에 둘 다 대학에 갈 수는 없다"며 한숨만 쉬었다.

2002년 대구지역 한 사립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했던 서상훈(가명·28) 씨는 2년간 다닌 뒤 자퇴했다. 그는 공사일을 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 아버지에게 한 학기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손 벌릴 수가 없었다. 매일 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군입대를 선택했다.

"군에 복무하면서 결심을 했어요. 학자금 대출금을 수천만원씩 안고 학사모를 쓰는 것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달 80만원씩 벌어 공무원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더군요."

서씨는 전역한 뒤 최근 은행에서 자료조사 임시직에 채용됐다. 서씨는 "매년 1천만원씩 쓰면서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은 내겐 불가능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 '대학 포기자' 10년 새 2배 늘어

통계청이 발표한'2010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학을 중퇴한 학생은 20대 기준으로 총 8만3천220명에 달한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 4만2천433명이었던 것에 비해 2배 정도 증가했다.

지역 주요 사립대에도 매년 1천명 이상 중도 탈락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대는 1천396명, 계명대는 1천215명이, 영남대와 대구가톨릭대는 각각 1천133명, 905명이 중도 탈락했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19만3천원이었던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2011년 440만2천원으로 220만9천원가량 올랐으며, 사립대의 경우 2000년 451만1천원에서 2011년 776만1천원으로 325만원이나 인상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원 연덕원 연구원은 "진로를 변경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겠으나, 대부분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해도 취업이 안 되고 학자금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20대가 늘자 공부를 중간에 포기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졸자에 비해 고졸자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임금도 낮아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대학을 그만두는 학생들을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등록금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역대학 한 관계자는"중도 탈락자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탈락하는 미등록 제적과 성적 부진 등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경제적인 이유도 많겠지만 편입이나 진로 변경 때문에 학교를 관두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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